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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난 스스로를 비웃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박겸을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고맙다. 또 네가 날 구해줬네.” “나 아니야. 추재은이 너 구해줬어.” 박겸은 어두운 표정으로 날 흘겨보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과일 바구니에 있는 사과를 꺼내고 깎기 시작했다. “추재은?” 내 얼굴의 웃음이 순간 굳어졌다.” “몰랐어? 오늘 네가 있었던 그 공원, 평소 추재은이 제일 즐겨 다니는 곳이야. 운동할 때 거길 자주 지나거든. 다행이라고 생각해. 목숨 건진 거. 추재은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너 아마 죽었을 거야.” 박겸은 깎아놓은 사과를 내 입안에 쑤셔 넣었다. “임세린한테 전화해! 위 정맥류 출혈 때문에 너 지금 아무것도 못 먹어. 그 남자 너 때려죽일 생각이었어. 너 바로 수술해야 하는데 가족 사인해야 하거든. 난 임세린이랑 연락 안 되는 거 너도 알잖아.” 박겸은 약간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가 한숨 쉬는 게 똑똑히 보였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박겸이 날 위해 많이 고려하고 있다는 거. 하지만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은 내 상황에 적합하지 않았다. 더구나 난 아주 고집스러운 성격이었다. 예를 들면 임세린과 추재은 이 둘 중에서 난 내 선택이 있다. 그건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게 박겸일지라도. 그렇기에 난 계속 이상한 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이 약간 고장 났다. 육세훈이 날 때릴 때, 아마 나 대신 많은 데미지를 감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하는데 영형은 없었다. 난 핸드폰을 들고 몇 년을 기억해 둔 그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뭔가 망설이면서 다시 지워버렸다. 임세린을 마주할 때, 난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특히 내가 다쳤을 때.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행동 때문에, 나랑 임세린 사이에 벽이 있는 것 같다. 그녀와 얘기를 나눠봤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론 한동안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임세린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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