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네.” “두 분의 사이는...” 추재은은 진작에 내 대답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뒤이어 바로 나와 임세린의 상황을 물었다. 난 추재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략 짐작하고, 앞에 있는 서류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건 이번 미팅과 상관없을 텐데요? 그리고 우리는 사이가 아주 좋으니까, 함부로 추측하지 마세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제가 주환 씨한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전 그저 호기심 때문에 물어본 말이니까 함부로 추측하지 마세요!” 추재은의 대답은 내 예상을 벗어났고 난 얼굴이 뜨거웠다. 난 추재은의 앞에서 거만을 떨던 내 모습에 습관이된 듯했고, 추재은도 나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잊어 버렸다. 방금 추재은의 대답이 아주 좋았다. 내가 애써 추재은을 무시하는 이유는 날 잊게 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난 웃으며 추재은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만약 추재은이 나에 대한 감정을 버린다면,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난 컵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밖을 내다보았다. 내 마음은 한순간 평화를 찾은 것 같았지만, 곧바로 눈앞에 임세린의 모습이 나타났다. 난 가볍게 눈썹을 찌푸리고 눈을 감은 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눈을 감고 휴식하는 모습을 보고, 추재은은 방해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조용했다. 비록 귓가에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여전히 조용하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편했다. 이 레스토랑의 효율은 꽤 빠른 편이었다. 비록 아주 많은 요리를 시켰지만, 1시간 내로 모든 요리가 올랐다. “한잔할래요?” 추재은은 음식의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 난 머리를 저으며 거절했다. “오케이, 그럼 우리 흰 거 마셔요.” 추재은은 나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난 그 말을 듣고 어이없었다. “술을 안 마시겠다는 뜻입니다.” 난 다시 내 의사를 밝혔다. “술을 마신다고 한 적 없는데요? 저기요! 여기 사이다 두 병 주세요.” 추재은은 입을 삐죽이며 레스토랑 직원한테 말했다. 난 그제야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