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추재은도 왔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박겸의 뒤에 서 있었다. 내가 화를 낼까 봐 걱정돼서인지 나한테 말조차 걸지 않았다.
난 박겸을 바라보았다. 내 눈빛 속에 담긴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말한 거 아니야. 재은이는 세심한 사람이잖아, 내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어. 그리고 내가 오는 길에 잡고 안 놓아줘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어.”
“너도 알다시피 재은이가 너에 대한 사랑은 세린 씨가 너에 대한 사랑보다 적지 않아. 난 네 사생활을 간섭하고 싶지 않았지만, 재은이의 부탁은 정말 거절할 수가 없었어.”
박겸의 말을 듣고 난 잠시 침묵에 잠겼다.
난 박겸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추재은이 날 사랑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번도 그녀의 사랑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런 감정은 눈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랑은 감출 수가 없다.
난 더 이상 이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고 추재은을 투명 인간 취급했다. 추재은이 여러 번 말을 걸었지만, 난 매번 무시했다.
난 추재은에게 마음이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는 절망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날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보다 좋은 사람은 정말 너무 많았고, 굳이 나 같은 쓰레기한테 목을 맬 필요는 없었다.
난 수술비를 결제하고 다시 주상규를 찾아갔다.
“수술 준비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수술하려면 가족의 사인이 필요합니다.”
가족한테 알려야 한다는 건 임세린한테 알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아무 의미도 없지 않은가?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얘 친구예요. 제가 대신 사인하면 안 될까요? 아니면 저쪽에 있는 여자분은 어떨까요? 동생이라고 생각하셔도 돼요.”
내가 한창 어쩔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박겸이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비록 병원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주상규는 허락했다.
오후 4시, 난 박겸과 추재은의 걱정이 가득한 시선 속에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지금은 임세린과 잠시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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