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그럼,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지금 당장 수술할까요? 마침 수술실이 하나 비어 있는데, 그리고 수술이 끝나면 일정한 관찰 기간도 필요하니까, 더 늦으면 안 됩니다.”
주상규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그리고 내가 또 지난번처럼 얘기 도중에 도망칠까 봐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난 침묵에 잠겼다.
‘지금 수술 해야 하나? 그럼 세린이는 어떡하지?’
우리 관계는 인제야 조금이나마 회복되었고, 나도 인제야 기다리고 기다렸던 사랑을 가졌다.
‘말해야 하나?’
난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바로 결정했다.
“지금 수술 준비해 주세요. 전 수술비를 결제하러 갈게요.”
말을 마치고 나는 떠났다. 당연히 수술비를 모으러 간 거였다.
나한테는 수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없었으니 다른 사람한테서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은 그 몇 사람이 전부였다.. 박겸과 추재은, 그리고 임세린.
박겸은 그런 큰돈이 없을 것이다. 물론 있을 수도 있다.
전에 임세린의 회사에서 일했을 때, 연봉이 아주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박겸한테서 빌릴 생각이 없었다. 필경 적은 돈이 아니니 그 자식한테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남은 건 임세린과 추재은 뿐이었다. 난 임세린에게 이 일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괜히 내 걱정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재은은 더 불가능했다. 피해도 모자랄 판에 돈을 빌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수술 때문에 돈을 빌리는 건 더 그랬다.
추재은은 십중팔구 빌려주겠지만, 무조건 나한테 올 것이다. 난 그 일에 확신했다.
사람 감정은 절대 작은 구멍이라도 내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미친 듯이 비집고 들어 올려 하기 때문이다. 분명 자기 결말을 알면서도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난 그런 느낌을 잘 알기에 절대 추재은한테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하여 내 앞에 놓인 선택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박겸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박겸이 다시 추재은에게 빌린 다음, 내가 나중에 갚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박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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