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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그 말은 유강우가 전에 나한테 한 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한테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유강우는 조금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나가 형을 사랑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지 않으세요? 알고 싶죠? 굉장히 고통스럽죠?” 유강우의 말투는 살기등등했고 심지어 괴이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다. 난 임세린의 생각이 궁금하긴 했다. 더욱이 우리는 결혼 초기에 너무 달콤했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았지만, 그건 예전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이미 임세린 곁에서 떠났고, 절대 다시는 그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난 궁금하지 않아요.” 난 그 말을 할 때, 분명 평온해 보이려고 애를 썼고, 유강우가 내 말과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유강우는 나한테 큰 장난을 친 듯했다. 그는 내가 애써 준비한 모습에 신경 쓰지 않았고, 아주 이상하고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이게 바로 형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했던 말이에요.” 그리고 마치 정신 분열증 환자처럼 혼자서 1인 2역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세린 씨는 참 정이 많은 사람이네요, 그 남자가 그런 짓을 했는데 여전히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말을 마치고, 바로 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틀고, 이어 말했다. “정이 많다고? 아니, 난 복수할 거야! 내가 그 자식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 자식은 떠나기 전에 심지어 안아주지도 않았어. 그리고 갑자기 몇 년 동안이나 사라졌어! 그 몇 년 동안 내가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 난 화풀이할 상대마저 없었어. 이제 돌아왔으니까, 난 절대 그 자식을 가만두지 않아. 난 그 자식과 결혼하고 우리가 가져야 했을 아름다운 결말을 똑똑히 보여줄 거야. 그리고 달콤함 속에 빠졌을 때, 다시 천천히 찢어버리면서 내가 겪었던 고통을 직접 느껴보게 할 거야. 난 복수할 거야, 그 자식이 영원히 후회와 죄책감에 파묻혀 살게 해주겠어.” 유강우의 목소리는 미친 사람 같았다. 이로써 임세린이 이 말을 할 때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순식간에 깨달음과 고통으로 꽉 찼다. 한편으로는 정말 임세린이 불쌍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임세린의 잔혹함에 깜짝 놀랐다. 그 여자는 처음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고 그저 복수를 위해 잠시 탈을 쓴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세린의 계획은 성공했다. 내가 뇌암에 걸려 이혼하고 싶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지금쯤 여전히 이런 작은 일 때문에 임세린과 실랑이질하고 있었을 것이고 내 인생도 통째로 임세린이 나를 위해 준비한 무덤 속에 묻혔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운 좋게” 도망쳐 나왔다. 비록 조금 늦었지만, 비록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드디어 잠시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유강우는 떠났다. 나한테 임세린이 정성 들여 준비한 사기극을 알려줬으니, 이제 더는 함께 임세린의 새 남자를 상대하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유강우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 임세린만 바라보던 남자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끊임없이 바람피우는 임세린을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난 임세린의 마음속에서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지만, 난 여전히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일 이후로 난 내 남은 인생이 계속 조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에 박겸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추재은이 내가 뇌암에 걸린 일을 말해줬다고 했다. 하여 박겸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박겸이 나와 친한 사이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박겸의 퇴사 절차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부장급 임원이 퇴사하려면 인수인계할 업무가 아주 많으니 최소한 한 달 전에 미리 얘기해야 했다. 하지만 임세린은 사적인 원한을 담은 게 틀림없었다. 회사가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바로 퇴사를 허락했다. 난 박겸한테 미안했다. 비록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고, 나와 직접적인 연관도 없었지만, 여전히 미안했다. 집에 사람이 한 명 더 많아졌지만, 내 일상에 방해되지 않았다. 박겸은 마치 미리 내 시체를 수습하러 온 사람 같았다. 난 가끔 의자를 호수 옆에 갖다 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거나, 펜을 들고 있다가도 갑자기 어딘가를 보며 멍때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박겸은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방해하지 않았다. 이런 시간이 나한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저 우울증에 걸려 혼자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 같은 나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실수로 호수에 빠졌다. 난 본능적으로 두 팔로 수면을 마구 내리쳤고, 두 다리를 힘껏 뻗었다. 그렇게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드디어 내가 가라앉지 않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제야 내가 수영할 줄 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왜 잊어버린 걸까? 아마 뇌암이 심해질수록 잊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 듯했다.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먼 곳에서 달려오고 있는 박겸을 발견했다. 그의 옆에는 한 사람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추재은이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통난 것이다. 내가 언덕으로 올라가니 추재은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눈가에는 익숙한 부드러운 웃음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불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하고, 어쩔 바를 모르고,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그런 심정이었다. 내가 왜 추재은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 추재은은 영원히 서로 교차하지 않는 평행선이어야 했다. 하지만 난 죽기 전에 다른 여자가 날 애타게 생각하는 감정을 느꼈다. 난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았다. “꺼져! 너 자꾸 이러면 세린이가 우리 사이를 오해한단 말이야!” 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나 자신조차 믿지 않는 소리를 지껄였다. 추재은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이럴 수밖에 없었다. 추재은의 눈에는 눈물이 맴돌고 있었다. 난 그녀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눈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던 눈물 한 방울이 드디어 땅에 떨어졌다. “주환아,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내가 세린 씨보다 못한 게 뭐야? 너희들 분명 헤어졌으면서 왜 여전히 그런 이유로 날 거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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