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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 말에 육진수가 멈칫하더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장선행을 쓰지 않는다면 지씨 가문에서 육진수의 은혜를 기억할 일도 없을 테고 육진수가 바라던 협력도 물 건너갈 것이다. 육진수가 덤덤한 표정의 지영수를 보며 웃었다. “아저씨, 장 선생님 오셨는데 일단 한번 보게 하는 게 어때요? 분석하는 의사가 많을수록 서훈이 병 치료에 좋잖아요.” 장선행을 초대하기 위해 이미 삼고초려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영수는 내심 언짢았다. 어렵게 신의를 모셔 왔는데 다른 의사가 있는 걸 보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육진수를 보는 지영수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옅어졌지만 그래도 육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 덤덤하게 말했다. “아니야. 내가 초대한 의사면 충분해.” 병을 보겠다고 줄을 서는 건 봤어도 지금처럼 홀대를 받은 건 처음이라 장선행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육진수 씨, 어떤 장소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나를 부른 거예요?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사람인가요?” 안색이 변한 육진수가 입을 열려는데 장선행이 손사래를 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마요.” 그러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지영수가 차가운 표정으로 장선행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꼴랑 그 그릇에 명의?’ 육진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육씨 가문 후계자로서 어디 가나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았던 그였다. 지영수는 그렇다 쳐도 장선행은 고작 아무 배경 없는 의사인데 체면 하나 봐주지 않고 가버린 것이다. 이건 육진수의 뺨을 후려갈긴 거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상황을 살피던 설연우는 기회가 왔음을 알고 얼른 장선행 앞에 막아서서는 해명했다. “장 선생님, 죄송해요. 저희는 그런 뜻이 아니라...” 하지만 설연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장선행이 잘라버렸다. “그만해요. 오늘 당한 수모는 기억하겠어요.” 설연우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기에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돈은 다 받았잖아요.” 별말 아닌 것 같아 보였지만 말끝마다 육진수를 감싸고 돌았다. 육진수도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영수 앞에서 성질을 보일 순 없어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연우야. 별거 아니야.” 설연우는 육진수가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영수가 시선을 거두더니 덤덤한 목소리로 양진환에게 지시했다. “가서 안내해.” 지영수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육진수는 지씨 가문의 태도가 너무 불만이라 미간을 찌푸렸다. 의사를 데리고 왔는데 확인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여기에 버려둔 채 사람을 데리러 내려가기까지 했다. 설연우가 육진수의 옷자락을 당기며 애교를 부렸다. “진수 오빠...” 육진수가 설연우의 손을 잡고 뭔가 말하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열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안에서 내린 두 사람을 보고 육진수와 설연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인아?’ 육진수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포기했다는 말은 다 가짜였고 다른 방식으로 그를 괴롭히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육진수가 극도로 혐오하는 것이 바로 자기가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훼방 놓으러 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나마 얌전했는데 이제는 점점 더 심해졌다. ‘어라...’ 육진수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전에 차에서 봤을 때는 옷차림이 어떤지 볼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 본 설인아는 옅게 화장하고 오픈 숄더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몸매가 언제 저렇게 좋았지?’ 옆에서 육진수를 관찰하던 설연우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육진수가 설인아를 보는 눈빛은 설연우가 전에 섹시한 잠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그 눈빛과 똑같았다. 오늘의 설인아는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예뻐졌다. ‘설마 진수 오빠 꼬시러 온 건가? 빌어먹을 년이 언제까지 들러붙으려고. 헤어지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왜 또 나타나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옷은 또 누굴 꼬시려고 저 모양이래? 저 남자는 또 뭐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원망으로 가득 차 있던 설연우의 눈빛이 흥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설인아 설마 일부러 다른 남자 데리고 와서 진수 오빠를 자극하려는 건가?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여자인 거 몰라서 저러나? 참...’ 설연우가 육진수에게 다가가더니 망설이며 말했다. “오빠, 설마 오빠랑 헤어지고 상심이 커서 저 남자랑...” 육진수도 이미 설인아 옆에서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내는 남자를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영수가 앞으로 다가가더니 활짝 웃으며 손을 뻗었다. “성주원 씨, 바라고 바랐는데 오늘 보네요.” 성주원은 지영수의 손을 잡고 나서야 지영수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눈치챘다. 옆에 선 설인아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주원을 대하는 지영수의 태도에 육진수와 설연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지영수가 이런 태도로 인사하는지, 설인아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설연우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왜 설인아가 만나는 남자는 하나같이 이렇게 우수한 거야?’ 한편, 성주원의 손을 잡은 지영수가 다른 사람을 기다리듯 등 뒤를 힐끔 살폈지만 성주원 옆엔 여자 한 명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에 지영수는 마음이 불안해져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주원 씨, 신의는 오셨나요?” 성주원이 설인아를 힐끔 살피며 지영수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당연히 도착했죠.” 그러더니 이내 손을 내밀어 지영수에게 소개했다. “이분이 바로 그 신의입니다.” 지영수와 양진환이 설인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선 여자는 외모가 아름답고 아우라가 남다르긴 했지만 신의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설인아를 신의라고 소개하는 성주원을 보며 지영수와 양진환이 넋을 잃었다. 청난이 여자인 것도 모자라 이렇게 젊은 여자라니, 장난 같았다. 지서훈의 상황이 심각해도 너무 심각했기에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지영수가 양진환에게 눈빛으로 이 사람이 성주원이 맞는지 물었고 양진환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주원의 애티 나는 얼굴은 업계에서도 소문나 있었다. 지영수의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끝내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사람이 성주원이 맞다면 그가 데려온 사람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영수는 일단 의심을 거두고 성주원에게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제가 보는 눈이 없었네요. 신의가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지영수가 이렇게 말하며 한쪽으로 비켜서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아들도 살 수 있겠네요.” 설인아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씀을요. 일단 상황부터 살피겠습니다.” 환자를 보기 전까지는 설인아도 장담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지영수가 스스럼없이 말했다. “신의님이 나서신다면 못 할 것도 없지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육진수와 설연우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설인아를 정신 나간 지영수가 구세주처럼 모시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설연우는 이미지를 챙길 겨를도 없이 얼른 육진수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오빠, 회장님이 말씀하신 그 신의님 혹시 우리 언니 말하는 거예요?” 육진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술을 앙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언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마음이 조급해진 설연우가 복도를 갔다 왔다 했다. “만약 인명 사고라도 나면 아빠랑 오빠도 다 연루되는 거 아니야?” 순간 육진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인아는 정말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육진수가 설인아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 설인아가 분수를 잘 알아서였다. 이제 와서 설인아가 지씨 가문과의 협력을 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육진수가 앞으로 다가가 지영수를 막아서더니 고개를 숙이고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이 여자 의술이라고는 모르는 여자입니다. 그러니 서훈이를 치료해 줄 수도 없어요.” 지영수가 멈칫하자 양진환이 바로 설인아와 성주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순간 설인아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어졌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어서 벌받는 건지 또 여기서 육진수를 만나고 말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전에 만나더라도 대개 몰래 만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나란히 드나들었다. 며칠 전 육진수가 당당하게 설연우와 아무것도 없다고 외치던 게 떠올랐다. “이만 들어가죠.” 설인아는 두 사람을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지만 설연우가 한발 나서며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이거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야. 이렇게 함부로 임할 일이 아니라고.” ‘언니?’ 지영수의 표정이 점점 더 의아해졌다. ‘청난에게 동생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설연우가 육진수를 힐끔 쳐다보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진수 오빠 포기 못 하는 거 알아. 그래서 진수 오빠 엿먹이려고 이러는 거잖아.” “하지만...” 설연우가 고개를 들어 설인아를 바라봤을 땐 눈동자에 이미 눈물이 고여있었고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아무리 불만이어도 도련님 목숨으로 장난쳐서는 안 되지.”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겨봐. 아빠는 어떻게 살아.” 설인아가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연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하찮아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설연우는 불쌍한 척, 너그러운 척하는 건 일등이었고 말 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나쁜 사람 만들어버리는 재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재간도 예전에야 가능했다. 예전엔 설연우를 동생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아예 없었다. 지영수가 넋을 놓고 있다가 설인아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저분이...” 설인아가 설연우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지영수의 질문에 부드럽게 대답했다. “제 이복동생이에요.” 설인아는 일부러 이복동생이란 말에 힘을 줬다. 지영수가 눈알을 대굴대굴 굴리더니 이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죄송해요. 동생이 나이가 어려서 아직 철이 없어요. 회장님께서 이해해 주세요.” 설인아는 맏언니답게 말하는 게 매우 차분했지만 설연우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주먹을 움켜쥐었다. ‘미친 거 아니야?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야.’ 하지만 설인아가 아무리 미워도 일단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 제발 정신 좀 차려. 우리 함께 자랐는데 언니가 의술을 하는지 못하는지 내가 왜 몰라요. 어떻게 이런 일 가지고 회장님을 속이려 들어요.” 지영수가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지 몰라 설인아를 바라봤다. ‘도대체 의술을 아는 거냐, 모르는 거야...’ 설인아가 입꼬리를 당겼다. “회장님께 설명해 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도련님 상태가 더 중요하니까 일단 들어가 볼까요?” 육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설인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미친. 설인아가 언제부터 이렇게 부드럽고 대범해진 거지?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설연우가 주먹을 꼭 움켜쥐는데 육진수가 흠모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질투가 샘솟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년. 진수 오빠 꼬시려고 이러는 거지?’ 설연우가 앞으로 한걸음 나서서는 설인아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언니. 아빠랑 진수 오빠를 위해서라도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 설연우가 설인아의 손을 잡으려는데 설인아가 뒤로 물러서는 바람에 허탕을 치고 말았다. 육진수는 그런 설인아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아야, 제발 그만해.” 말투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설인아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아마도 설인아가 지금 이렇게 나서서 능력을 자랑하는 게 다 육진수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한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10년간 물고 빨았으니 자신감이 넘칠 만도 했다. 성주원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보자 보자 하니까 끝이 없네.” 청난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연놈이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의심을 떨치지 못하던 지영수도 성주원의 태도에 결국 이를 악물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사람 살리는 게 중요하니까 성주원 좀 믿어보자.’ 설인아도 더는 두 사람과 입씨름하지 않고 지영수에게 말했다. “회장님 이제 들어가 봐도 되나요?” 지영수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웃으며 길을 비켰다. “당연하죠. 들어오세요.” 설인아가 걸음을 옮겨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육진수가 커다란 체구로 앞을 막아섰다. 설연우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설인아를 말렸다. “언니. 멍청한 짓 그만해.” 두 사람의 행동에 지영수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 “진수야. 도와주러 와줘서 고마운데 이제 그만 지씨 가문 일에서 손 떼줬으면 좋겠네.” 어떻게 초대한 청난인데 이런 일로 놓칠 수는 없었다. 지영수가 양진환에게 눈빛을 보내자 양진환이 얼른 육진수와 설연우 앞을 막아서더니 차갑게 말했다. “두 분,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말투가 공손하긴 했지만 태도는 매우 딱딱했다. 육진수는 곁눈질로 설인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설인아가 맞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바랐지만 설인아는 그런 육진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병실로 들어갔다. 설연우가 계속 쫓아가려는데 양진환이 설연우 앞을 막아서는 바람에 설인아가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난 설연우가 발을 동동 구르며 육진수에게 말했다. “오빠, 이러다 인아 언니가 사고라도 치면 오빠랑 아빠가 어떻게 수습해.” 지씨 가문 같은 큰 가문의 후계자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설씨 가문뿐만 아니라 육씨 가문까지도 개미 눌러 죽이 듯 눌러 죽일 수 있었다. ‘설인아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육진수는 마음이 착잡해 어두운 눈빛으로 병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일단 기다려보자.” 설연우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어쩔 수 없이 꾹꾹 눌러 담았다. ... 그렇게 셋은 병실로 들어갔다. VIP 병실이라 옆에는 여러 가지 기기들이 놓여있었다. 침대에 앉은 젊은 남자는 수액 중이었는데 조각 같은 오관에 예쁜 눈망울, 오뚝한 코와 앙다문 입술이 보였다.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도 아름다운 외모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들어온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사납긴.’ 설인아가 눈썹을 추켜세웠다. ‘잘생기긴 했는데... 남편이랑 비기면 살짝 달리네.’ 지영수가 얼른 소개했다. “신의님, 제 아들입니다. 얼른 한번 봐주세요.” 설인아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지서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내가 몇 번이나 얘기해요. 이상한 사람 데려오지 말라고.” 성주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청난을 지씨 가문에 데려온 것도 체면을 봐줘서 그런 건데 지서훈의 태도는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설인아는 아무 표정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놀라 지영수가 자기도 모르게 설인아와 성주원의 눈치를 살폈다. 양진환을 시켜 겨우 청난을 모셔 왔는데 지서훈의 말에 화가 나서 가버리면 영원히 치료할 기회가 없어진다. ‘망할 놈의 자식이 속만 썩이네.’ 지영수가 얼른 호통쳤다. “이 자식이. 이분이 누군지 알아? 의술이 좋기로 소문난 청난이셔. 그 입 한 번만 더 잘못 놀리면 살을 발라버릴 줄 알아.” 지서훈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성주원과 설인아를 바라봤다. ‘청난이라고?’ 지영수가 심호흡하더니 활짝 웃으며 설인아에게 말했다. “신의님, 어떤가요?” 설인아가 모든 걸 알아차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두 분 다 나가세요. 따로 나눌 얘기가 있어요.” 이 말에 지영수와 성주원의 안색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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