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소파에 하시훈이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온몸으로 우아하고 도도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손에 설인아의 머리핀을 가지고 놀던 하시훈은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싸늘한 시선으로 설인아를 바라봤다. 목욕 타올만 걸치고 있는 설인아는 타올이 길지 않았기에 하얗고 긴 다리와 상하체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시훈의 깊어진 눈빛에 설인아는 온몸이 굳어졌다.
갑자기 왜 돌아온 것이지?
방안으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설인아는 마치 옷을 입지 않은 채 그의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설인아는 얼른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돌아왔으면 말을 했어야죠!”
설인아는 침대 위에 놓인 잠옷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잠옷을 가지러 가려면 하시훈이 앉아 있는 곳을 지나가야 했다.
‘잠옷을 욕실에 챙기고 갈 걸 그랬어!’
설인아는 속으로 후회했다.
하시훈의 깊은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불꽃이 타오를 것 같았다.
얼굴이 시뻘게진 설인아는 마치 놀란 토끼 같았다.
그의 뜨거운 시선은 설인아의 얼굴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설인아는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지 마요!”
결혼 전에 아무런 스킨십이 없었고 결혼 후에는 떨어져 산 두 사람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설인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얼른 잠옷을 입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침대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옆에 있는 캐비닛 다리를 차면서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악...!”
설인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끝장이야! 이렇게 넘어지면 얼굴이 바닥에 닿을 거야.’
하지만 그 순간 굵은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설인아는 이내 남자의 품에 안겼다.
예상했던 고통을 겨우 피한 설인아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유일한 목욕 타올이 조금 전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탁!
설인아는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머리로 쏠리는 것처럼 뇌가 완전히 멈춰버린 듯했다.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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