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장
나른한 소리에 여민석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유소정은 그의 앞에서 조심성이 점점 없어졌고 편하게 그녀의 본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본모습?
이 여섯 글자에 여민석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어떤 모습이 유소정의 본모습일까?
“민석아?”
백은서는 예쁜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 일부러 담담한 척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두려운 듯 떨림이 있었고, 예쁜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어?"
여민석이 정신 차리고 백은서를 보았다.
주변엔 이미 아무 사람이 없었고, 그들 두 사람만 있었다.
백은서는 무해하지만 창백한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는 듯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소정이는 이미 갔으니까, 우리도 같이 갈까?”
"응."
여민석의 눈 밑에 발견 하기 어려운 불만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바로 사라졌다.
유소정은 기자들을 피해 조용히 의사들의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난 후 택시를 잡아타고 여씨 가문 대저택으로 향했다.
좁은 택시의 뒷좌석에 앉은 유소정은 자꾸만 뒷걸음질하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곽미정이 왜 20억 원을 그녀의 이름으로 기부했는지 매우 의아했다.
딱 생각나는 건 두 가지뿐이었다다. 하나는 사회자가 이름을 잘못 썼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곽미정이 이걸 빌미로 여민석의 곁을 떠나도록 압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유소정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았다.
20억 원이 그들에게는 몇 달 동안의 용돈일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는 평생 벌어들일 수 없는 돈이다.
곽미정이 정말 그녀를 떠나보내려고 압박하는 거면 괜찮아도 이 돈을 갚으라고 할까 봐 두려운 유소정은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그건 자신을 팔아도 갚을 수 없을 거액이었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택시 기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유소정은 황급히 정신을 차려 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내린 곳은 여씨 가문 저택에서 3㎞쯤 떨어진 곳이었고 인적이 드문 산길인 데다 가로등마저 없어 캄캄했다.
유소정은 차에서 내려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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