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2장

20년 전, 용성의 거리는 매우 한산하고 추웠다. 겨울에 빈민가에서는 매일 죽은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얇은 회색 옷을 입은 채 죽은 사람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솜 옷을 벗겼다. 솜옷 안에 들어 있는 게 솜이 아니더라도 그때의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 김영수는 어머니는 밀입국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선실 맨 밑에서 어린 김영수를 안고 몇 달 동안 만났던 부잣집 도련님을 다시 만날 날을 그렸다. 하지만 용성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고 김영수는 아직도 어머니가 아버지 얼굴도 못 본 채 재벌 집 대문에서 경비원에게 거칠게 내쫓긴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화려하고 큰 별장과 우뚝 솟은 철문이 어머니와 그를 막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상대방은 그들에게 100원도 주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단념하지 않고 화려한 옷차림의 안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의 남편과 나 사이에 아이가 있어요! 나는 당신네 육씨 가문의 핏줄을 임신했다고요!” 어머니는 재벌 집 사모님이 이 말을 들으면 분명 분개하고 질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시종 무덤덤했고 그의 어머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때 김영수는 깨달았다. 어머니 혼자 헛된 꿈을 꾼 것임을... 어른이 된 후 김영수는 더 잘 알 것 같았다. 재벌들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밖에서 바람을 피운다고 해서 질투하거나 발광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여자보다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부의 인연은 서로의 이익에 의해 맺어졌고 두 가문은 서로의 지원을 필요로 했다. 그들은 즐길 것을 따로 즐기면서 서로의 일에 대해 못 본 척 눈감아 줬다. 내연녀가 정실부인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는 한, 남자가 밖에서 나가 노는 것이 정실부인에게는 손해가 없었다. 사랑이란 남녀가 함께 지낼 때 생기는 도파민일 뿐 시간이 지나면 그 느낌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사랑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부자들은 허무맹랑한 것을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현실적이면서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