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그가 누군지 모르세요?
“꼭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진희원은 벽에 몸을 반쯤 기대어 긴 다리를 꼬고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원인도 모르고, 무슨 병인지 진단도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윤성훈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말을 이어받았다.
“게다가 명의님도 지금 피곤하셔서 오늘은 진료를 그만 보고싶으시죠.”
“역시 똑똑한 사람과는 얘기가 잘 통한다니까요?”
진희원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끝은 다시 윤성훈의 손목에 떨어졌다. 진희원은 한 번 더 자세히 맥을 짚었다.
“급하게 서두르지 마세요.”
윤성훈은 염라대왕도 받기 꺼려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세상에 남아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심성이 올곧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는 신보다 자기 자신을 더 믿었다.
윤성훈은 비록 손목에 염주를 달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만 들어있을 뿐이었다. 진희원은 그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먼저 수면의 질과 식이요법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진희원은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잘 먹고, 잘 자는 건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윤성훈은 졸음을 참고 있는 진희원의 눈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목소리는 진희원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흘러나왔다. 그녀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윤성훈은 이미 진희원의 손에서 가방을 넘겨받아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태혁아, 명의님을 모셔다 드려.”
윤성훈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지만 말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윤태혁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면, 윤성훈이 분명 기분 나빠 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아닙니다. 제가 가려는 곳은 병원 맞은켠에 있습니다.”
진희원은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 부장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됩니다.”
“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이호철이 큰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안심하세요.”
윤성훈은 그저 짧게 대답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표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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