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2장 얻을 수 없는 것
윤성훈은 피식 웃었다. 그녀를 부르긴 했지만 재촉의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의 청량함이 느껴졌다.
그의 서늘한 숨결이 진희원의 귓가에 닿았다.
너무 가까워서 조금만 움직이면 윤성훈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을 것 같았다.
물론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늘 윤성훈을 경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포항의 진법 안에서 지금처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겪었던 일들과 그 뒤에 꾼 꿈들을 떠올려 보면 윤성훈은 비록 선을 넘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녀에게 해로운 일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진희원도 별로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갑자기 그를 경계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윤성훈의 예민함을 생각해 보면 틀림없이 눈치를 챌 것이다.
진희원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시선을 살짝 내려뜨린 윤성훈과 눈이 마주쳤다.
윤성훈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공격성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그는 겉으로 보면 고귀해 보이지만 웃을 때면 영화 속 빌런 같아 보였다. 점잖으면서도 우아해 보이는 그런 빌런 말이다.
진희원은 생각을 다 정리하기도 전에 다짜고짜 그를 붙잡았다.
고지식한 노인들 앞에서 진짜 모습을 드러내다니, 무슨 생각인 걸까? 죽고 싶은 걸까?
윤성훈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진희원의 손을 발견하고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그는 바로 코앞에 있는 진희원을 바라보면서 보기 드물게 흠칫했다.
진희원은 아마 그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해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의미인 걸까?
떠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진희원은 확실히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쓸데없는 말 대신 다짜고짜 윤성훈의 멱살을 잡으며 그의 얼굴을 가까이 잡아당겼다.
“여기가 어딘지 잘 봐요.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요. 약혼자 씨.”
약혼자?
진희원은 처음 그를 약혼자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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