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2장 원하지 않아
쏟아지는 빗속에서 진희원은 또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빗방울이 종이우산 위로 뚝뚝 떨어지면서 소리를 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 소리가 더욱 뚜렷하게 들렸다.
진희원은 생각에 빠져 있었고 소년은 계속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는 진희원과 함께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놀라울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었다.
진희원은 그런 소년의 존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숲속은 어두컴컴했고 비 때문에 안개도 꼈다. 바람 소리인지 우렛소리인지 구별도 안 되지만 일단 듣기에는 섬뜩했다. 게다가 공기 속에서 옅은 피비린내가 났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것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건지 손끝까지 깨끗했고 우아함도 절대 잃지 않았다.
진희원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들어 소년을 자세히 살피려고 했다.
이 진법 안에서 오직 소년만이 똑같은 이름을 썼다.
진희원은 그 점이 굉장히 신경 쓰였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소년은 진희원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누나?”
우산 아래서 소년을 보니 더욱 황홀했다. 고혹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심지어 살짝 올라간 입꼬리마저 너무 눈부셨다.
그녀를 누나라고 부를 때 소년은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약간의 장난기가 섞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비록 목소리에서 소년미가 느껴졌지만 비슷한 나이대 소년들보다는 훨씬 더 낮고 허스키하며 감미로웠다.
그러나 환생한 후의 윤성훈과는 완전히 달랐다.
진희원은 정장을 입고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앉아서 서류를 보거나 회의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현성의 세자가, 늘 단호하고 예절을 중요시하며 셔츠도 구김 하나 없는 걸 입던 그가 소년일 때 이런 모습일 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심지어 그는 진희원을 누나라고 불렀다.
진희원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몇 년 뒤 성훈 씨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봤어요.”
“지금이랑 비슷하겠죠.”
소년은 작게 웃으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누나 전각 안에 사람들이 꽤 많던데 다들 소년이더라고요. 누나는 성숙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
진희원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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