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3장
“왜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걸까요? 전 더러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잖아요.”
“왜 그렇게 멍청했던 걸까요? 할아버지는 그동안 아주 힘드셨을 텐데. 전 진짜 너무 멍청하네요. 저 같은 아이는 버려야 했어요!”
여재준은 중얼거리면서 진희원의 손을 잡았다.
“희원 누나, 일단 배씨 일가에 가지 말고 저희 집부터 가요.”
여재준이 그렇게 말할 때 식탁 앞에 앉은 사람들은 표정이 제각기였다.
진희원은 진명호를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여재준의 말을 들어 보면 여재준의 할아버지는 줄곧 탕약을 마셨을 것이다.
그가 마신 탕약은 사실 혈탕이었다.
여재준이 중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마셨다면 아주 오랫동안 마셨을 것이다.
그러니 예전에 그들이 만났었던, 한없이 무해해 보이던 여재준의 할아버지는 사실 귀신에 씐 상태였단 말인가?
귀신에 씐 지 아주 오래되었는데 정녕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러려면 그의 행동거지는 여재준의 할아버지와 비슷해야 했다. 그래야만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재준의 할아버지는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빈틈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를 하루 동안 흉내 내는 건 가능한 일이지만 아주 긴 시간 동안 흉내 내려면 상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야 할까?
어쩌면 진짜 여재준의 할아버지는 사라지고, 남은 그것은 여재준의 할아버지가 했던 대로 움직이면서 그인 척하는 걸지도 몰랐다.
진명호는 여재준과 사이가 좋았다.
진명호는 진택현의 일에 있어서 꽤 무덤덤했다.
그러나 여재준 같은 사람은 분명 아주 괴로울 것이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필요는 없어. 희원이가 한 번 봐줄 거야.”
진명호는 여재준의 옆에 앉았다.
“일단 음식부터 먹어. 다 먹으면 바로 너희 집으로 가자. 너 지금 안색이 무지 안 좋아.”
여재준은 고집을 부렸다.
“난 괜찮아요. 희원 누나, 부탁이에요. 일단 우리 집부터 가줘요.”
그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더는 할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진희원은 그를 바라보면서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아주 직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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