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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장

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더니 다들 할아버지가 그를 아낀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 여재준은 정말로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것처럼 보였다.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여재준에게 형처럼 훌륭하기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여재준이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줬고 공부 같은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보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여재준은 할아버지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재준은 술집을 드나들고 레이싱을 했다. 자극적인 거라면 뭐든 좋았다. 형은 훌륭하니 집안은 형이 이어받으면 됐다. 동생인 그는 그저 건방이나 떠는 부잣집 둘째 도련님이면 됐다. 그래야 할아버지도 더 마음을 놓을 것이다. 여재준이 이러는 이유는 그래도 가끔 할아버지에게서 온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그런 온정마저도 완전히 사라졌다. 게다가 이번에 그가 본 그 광경은... 기억들이 아주 깊은 곳에서 머리를 내밀며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심지어 그는 그것이 기억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조차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는 그때부터 매일 밤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가끔은 학교에 있었고 가끔은 집에 있었다. 사방이 온통 흰색이었다. 누군가 세상을 뜬 듯했다. 그런데 여재준은 웃고 있었다. 너무 어려서 그런 것 같았다. 할아버지도 울고 있었고 아버지도 울고 있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에 와줬다. 여재준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형도 없었다. 여재준은 풀밭에서 나비를 쫓아다녔다. 그러다 누군가 그를 불렀다. 여재준은 증조할아버지가 네모난 상자 안에 누워있는 걸 보았고 유골이 되는 걸 보았다. 그런데 왜 증조할아버지가 그를 부르는 걸까? 게다가 증조할아버지는 편히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재준은 너무 무서워서 못 들은 척했다. 꿈에는 규칙이 없었다. 여재준은 곧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일하게 뚜렷한 것은 그 장면이었다. 그날은 할아버지 생일이었고 여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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