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대문 앞.
원래는 말릴 생각이었지만 전도현은 이미 대문까지 나와 있었다.
더는 말릴 수 없었다.
다행히 정비소에서 말한 그대로였다.
사이모는 정확히 입구에 세워져 있었고 정비소 직원이 열쇠를 조용히 건넸다.
강서윤은 길게 뻗은 다리로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이모에 올라타려던 순간, 뒤에서 전도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그는 조용히 다가와 불쑥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강서윤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그보다 그의 행동이 더 빨랐다.
작은 연고 튜브 하나.
그가 꺼내든 건 그거였다.
그리고는 말도 없이 부드럽게 그녀의 손바닥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서윤의 숨이 조금 멈춘 듯 했다.
‘약을?’
‘내 손바닥 상처... 언제 눈치챈 거지?’
전도현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받치고 다른 손의 검지로 조심스럽고도 정성스럽게
약을 발랐다.
그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살며시 움직였다.
표정은 마치 예술품을 다루는 사람처럼 진지하고 섬세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조용히 작은 붕대를 꺼냈다.
전도현은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
“상처는 삼 일간 물 닿지 않게 조심하고.”
“오른손, 가능하면 최대한 쓰지 마.”
그 말투는 담담하면서도 어쩐지 부드러웠다.
그 순간, 강서윤은 가슴속 어딘가가 말랑하게 무너지는 걸 느꼈다.
지난 5년 동안, 아무도 자신의 상처를 이렇게 조심스레 챙겨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다정함이 익숙하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5년 전의 기억.
그건 이런 따뜻함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서늘한 그림자였다.
그녀는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익숙하게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이안이, 잘 챙겨주세요.”
강서윤은 그렇게 말한 뒤 조용히 사이모 핸들을 꺾었다.
붉은 색 사이모가 가볍게 엔진음을 울리며 도로 위를 질주해 나갔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붉은 원피스의 자락은 춤추듯 바람결에 흘러내렸다.
마치 이 세상 어떤 것도 그녀를 붙잡아 둘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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