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다른 두 사람도 말없이 뒤따라 일행은 함께 조용한 룸으로 들어섰다.
강서윤은 죽과 몇 가지 담백한 반찬을 주문했다.
서빙하던 직원이 조심스레 자리를 뜨자 그녀는 마주 앉은 두 남자를 향해 참고 있던 화를 이제야 터뜨리듯 쏟아냈다.
“두 분 다 멀쩡한 어른 아니에요?”
“어린애한테 매운 걸 먹이다니. 그게 사람 할 짓이에요?”
“매운 거 먹으면 키 큰다는 그 해괴망측한 미신, 아직도 믿어요?”
“이게 조선시대예요?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이 그따위 말을 믿다니. 말이 돼요?”
그녀의 말투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
“저희는...”
전건우가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테이블 아래로 전도현이 슬쩍 그의 다리를 발로 찼다.
“툭.!”
그는 겉으로는 침착하게 무게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새겨 들을게. 혹시... 다른 육아 상식도 있으면 많이 알려줘.”
공손하고 차분한 말투였지만 그 눈빛엔 어딘가 모를 유연한 농담기가 스쳐 지나갔다.
강서윤은 그의 태도에 한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듯 눈썹만 살짝 찌푸렸다.
룸 안은 잠시 묘한 침묵에 휩싸였다.
그때 조용히 죽을 먹던 전이안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엄마, 아빠는 나한테 맨날 학원 수업만 시켜요. 매일 밤 열두 시까지 공부해요...”
숟가락을 꼭 쥔 작은 손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작은 목소리엔 꾹 참은 서운함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심지어 나 혼자 집에 남겨두고 일주일에 한 번... 밥 같이 먹고... 한 달에 한 번 놀러 가요.”
“다른 애들은 다 엄마랑 아빠랑 같이 다니는데... 난... 늘 혼자예요.”
그 말에 강서윤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듣는 내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렇게 작은 애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녀는 눈빛을 전도현에게 고정하며 말했다.
진심 어린 어조로 조용하지만 무겁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대표님,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아무리 대리모로 낳은 아이라도 어쨌든 당신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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