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첫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건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키가 크고 피부는 눈부실 만큼 새하얗고 그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세계적인 슈퍼모델.
그녀는 F국에서 ‘가장 섹시한 모델’로 불리는 미나 카엘이었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음악의 비트에 맞춰 그녀는 검은색 타이트한 H라인 미니스커트를 입고 유려하면서도 당당하게 무대 중앙을 향해 걸어 나왔다.
움직일 때마다 살짝 흔들리는 웨이브진 금발 머리카락.
그 아래로 드러나는 깊고 맑은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순하지도 않았다.
그저 유혹적이었다.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위험한 아름다움이 뒤섞인 한없이 이끌리는 분위기.
그녀의 목엔 진홍빛 루비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이어링, 팔찌 모두 같은 시리즈.
그건 바로 샹네르가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인 컬렉션.
‘플레임 오브 패션.’
열정의 불꽃을 모티브로 만든 샹네르의 최상위 라인.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미나 카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보석이 그녀를 빛낸 게 아니라 그녀가 보석을 빛나게 한 순간이었다.
순간, 현장 곳곳에서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울려 퍼지고 기자들과 관객들은 서로 앞다투어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러자 곧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나 카엘 같은 톱모델도 오프닝밖에 못 맡았잖아. 근데 엔딩을 맡은 강서윤은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설마 샹네르 사장이랑 무슨 사이인 거 아니야?”
“몸으로 밀어붙였겠지 뭐. 돈 써서 엔딩 땄으면 조용히나 있지. 왜 저렇게 요란을 떨어? 신인 주제에 분수도 모르네.”
“기다려 봐. 런웨이에서 무슨 꼴을 보일지 두고 보자고. 망신당하고 코로 울 날이 올 거야.”
질투와 오만이 뒤섞인 말들.
무대는 미나 카엘에게 쏠려 있었지만 관심은 점점 ‘강서윤’이라는 이름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 순간, 관중석, 외곽.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 몇 명이 조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