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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강서윤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누리꾼들에 의해 밝혀지자 DM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강서진한테 그런 짓 해놓고 뻔뻔하게 살아있는 거 보소.] [합성할 거면 니 얼굴로 해. 보는 내가 다 토 나와.] [이기적인 것도 정도껏 해라. 그냥 좀 꺼져라, 제발.] [신인 주제에 샹네르 피날레? 재벌한테 얼마나 기어다녔으면 거기까지 갔겠냐. 성병이나 걸려라.] 분노, 혐오, 비난, 저주. 감정의 끝을 넘어선 말들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마다 칼날처럼 서늘한 날이 서 있었다. 강서윤은 쏟아지는 메시지들을 무표정하게 넘기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참, 가지가지 한다니까.”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차가운 눈빛, 그 미소엔 웃음기 대신 냉소가 스며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그 어떤 말도 감정도 그녀에겐 닿지 않는다는 듯. 곧 그녀의 손끝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DM함을 닫은 강서윤은 곧장 주저 없이 자신의 피드로 들어갔다. 망설임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세 장의 사진이 연달아 업로드됐다. 첫 번째, 천장까지 빼곡히 쌓인 부동산 등기증. 두 번째, 고급 스포츠카 키 세트. 세 번째, 강성 최고급 상권 ‘라온벨 거리’의 화려한 야경. 그리고 마지막 단 한 줄의 문구. [재벌한테 빌붙었다고? 언니가 바로 그 재벌이야.] 업로드 버튼이 눌리는 순간, 인스타그램 피드는 그대로 폭발했다. 라온벨. 강성에서 가장 비싼 땅, 가장 뜨거운 상권. 총 길이 2km, 수천 개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줄지어 입점한 말 그대로 ‘최상위’ 거리. 그리고 강서윤이 올린 등기증들은 전부 그 라온벨 상가였다. 한두 채가 아니었다. 수십 채. 사진 속 슈퍼카 키는 그냥 덤이었다. 전부 한정판. 차 한 대당 기본 수천억을 호가하는 초고가 모델들. 그녀는 굳이 증명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줬을 뿐. [헐... 이건 진짜다. 완전 금수저였네?] [말이 돼? 강서윤 입양된 양녀 아니었어? 저 재산이 어떻게 가능해?] [나 변호사 친구한테 확인해봤는데 전부 사실이래. 라온벨 상가 중 20%가 강서윤 명의래. 전씨 가문도 50%밖에 없다더라.] [그럼 뭐야... 강서윤 정도면 전씨 가문도 컨트롤 못 한다는 거 아냐? 그런 명문가에서 첩을 두는 일은 없잖아? 강서윤이 돈도 그렇게 많은데 굳이 누구한테 빌붙을 이유가 있냐고.]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댓글창의 분위기는 이내 싸늘하게 식어갔다. [결국 무대고 광고고 다 돈으로 산 거잖아. 그냥 돈질이지 뭐.] [실력이 없으니까 돈으로 덮은 거지. 재능은 없다는 뜻 아냐?] [저런 애가 어떻게 샹네르 메인 무대에 올라가? 진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네.] 순식간에 태세 전환. 댓글창은 또다시 거칠게 뒤집혔다. 네티즌들은 한목소리로 강서윤을 ‘자본으로 밀어붙인 압박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강서진을 밟고 올라선 돈으로 기회를 산 ‘뻔뻔한 여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하지만 강서윤은 이 흐름을 애초에 예견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또 한 줄의 문장이 올라왔다. [돈이든 실력이든 내일이면 알게 될 거예요. 기대해 보세요.] 댓글은 곧장 다시 들끓었다. [재벌한테 들러붙은 싸구려가 기대하라고?]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하지? 정신 나간 거 아냐?] [자기가 쓴 각본대로 혼자 연기 중인 거지.] 다른 한편, 전씨 가문의 대저택. 고요한 서재 안에서 전이안은 컴퓨터 화면을 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엄마, 진짜 멋져요! 이렇게 멋진 여자는 처음 봐요. 엄마 소녀팬이 될래요.” “넌 남자애잖아.” 전도현은 피식 웃으며 한숨을 내쉰 뒤 옆에 선 아들을 가볍게 안아주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전이안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근데 아빠, 지금 엄마가 사람들한테 괴롭힘당하고 있는데... 진짜 이럴 때도 일만 해요? 나쁜 아빠예요!” “조용히 해. 아빠가 지금 네 엄마 도와주고 있는 거니까.” 전도현의 표정이 단단하게 굳었다. 그의 눈빛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느끼는 씁쓸함과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 비록 강서윤이 이번 전면전에선 꽤나 잘 버텼지만 강서진이 한발 앞서 기선을 제압하며 모든 비난의 화살을 강서윤에게 향하게 만든 수법은 교묘했고 무엇보다 잔인했다. 본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강서진 사생활 유출 사진’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이슈는 순식간에 다른 이야기로 덮였다. 전도현은 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헤드라인이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정일석 박사가 강서진 유출 사진을 분석하다.] 포스트에는 하나의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영상 속, 백발의 노인이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국가기관 소속 디지털 감식 전문가 정일석입니다. 그동안 여러 범죄 수사에서 이미지 분석을 담당했고 다양한 디지털 증거 판독에 참여해왔습니다.” “오늘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강서진 씨 관련 사진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강서진 씨의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에 감명받아 팬이 되었고 제 손녀에게도 그분을 롤모델로 삼으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해당 이미지가 실제인지, 합성인지 혹은 AI로 생성된 것인지를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천천히 자신이 사용 중인 컴퓨터 쪽으로 돌렸다. 화면엔 복잡한 데이터와 수치들이 떠 있는 고급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이 펼쳐져 있었다. 정일석은 곧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사용하는 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전문 감식 요원만 접근 가능한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입니다. 단순 합성 여부는 물론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까지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 고급 툴이죠.” “원래는 국가기관에서 중요한 범죄 수사에만 사용되지만 오늘은 특별히 허가를 받아 이 자리르 통해 여러분께 직접 보여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지체 없이 강서진의 논란이 된 사진을 불러와 분석 프로그램에 업로드했다. 몇 차례 클릭이 이어졌고 곧 화면에는 커다란 글씨로 분석 상태를 나타내는 문구가 떠올랐다. [분석 진행 중(9%)] 진행률은 빠르게 올라갔다. 화면에는 복잡한 알고리즘 코드와 함께 다양한 수치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되며 빼곡히 채워졌다. 정일석은 다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보시는 건 분석 결과입니다. 사진에 담긴 모든 정보가 이 안에 고스란히 정리돼 있습니다.” 그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 모니터 하단. 굵은 선명한 글씨로 또렷하게 적힌 한 문장이 시야를 장악했다. [해당 이미지는 원본 그대로이며 어떠한 편집이나 가공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정일석은 한참을 말없이 그 문장을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즉, 이 사진은... 가짜가 아닙니다. 합성도 조작도 아닌 강서진 씨가 직접 찍은 진짜 사진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상의 댓글 창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진짜라고? 강서진이 직접 찍은 거라고? 설마...] [정일석 박사면 국가기관 전문가잖아. 거짓말할 리가 없어. 이건 확정이지.] [그럼... 강서진, 평소 이미지랑 완전 다르다는 거네? 와, 충격이다.] [같은 여자로서 말하지만 진짜 천사 같은 여자가 어딨어. 결국 다 만들어낸 이미지였던 거지.] 처음엔 그저 조용히 지켜보던 이들마저 하나둘씩 목소리를 보태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분위가 바뀌었다. 그동안 강서윤을 향하던 관심과 비난은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이슈의 중심은 완전히 전환됐다. [강서진 유출 사진.] [정일석 박사 분석 결과.] [합성 아님, 원본 확인.] 실시간 검색어는 ‘강서진’으로 도배되었고 팬들조차 이제는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찾지 못했다. 국가 공인 감식 전문가의 분석이 더해진 이 상황에서 의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강서진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녀는 더 이상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스타’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될 이름은 단 하나였다. ‘유출 사진’의 주인공. 그 오명은 앞으로 평생 그녀를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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