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유지민은 2년 동안 쌓아온 울분을 쏟아냈다.
2년뿐만이 아니었다.
강시현과 함께한 시간 동안 쌓아온 감정이었다.
드디어 마음을 정리했는데, 강시현은 여전히 유지민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강시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를 감싼 분위기마저도 차가워졌다.
‘끝난 사이라고?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시현은 이제야 알았다.
유지민은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라서 작은 터치에도 놀라서 가시를 세운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가시를 숨겼던 것이다.
유지민이 가시를 숨길 때, 강시현은 유지민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강시현은 가시 돋친 유지민을 마주해야만 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미자가 앞으로 나서서 유지민에게 얘기했다.
“지민아, 인제 그만 화 좀 풀어.”
유지민은 그제야 이성을 붙잡고 전미자를 쳐다보았다.
“죄송해요, 할머니. 제가 분위기를 망쳤네요.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 지금은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전미자는 아쉬운 듯 테이블 위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유지민뿐만이 아니라 전미자도 입맛이 없어졌다.
강시현과 양민하 때문에 유쾌했던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전미자는 손을 저으면서 얘기했다.
“괜찮아, 어차피 요즘 계속 한국에 있을 거잖아. 다음에 다시 보자.”
유지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강인혁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강씨 가문 저택을 나선 유지민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시선을 내린 유지민은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서 애를 썼다.
이성을 되찾은 후에야 유지민은 조심스레 강인혁을 쳐다보았다.
“인혁 씨, 아까 제 행동... 너무 무례했죠?”
하지만 유지민도 오랫동안 참아왔다. 그동안 겪은 것은 생각하면 뺨 한 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인혁은 유지민을 나무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
“아니야, 우리 지민이 아주 잘했어.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지. 사람이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양민하 같은 저급한 수단에 넘어가지 않을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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