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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그저 몰래 강인혁의 정장을 약간 당겨서 쥐었다. 강인혁은 유지민의 손을 보고 시선을 올려서 유지민의 젖은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리고 바로 유지민의 뜻을 알아챘다. 유지민은 곧 아무 핑계나 대고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강인혁은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전미자는 두 사람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유지민이 이상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말이다. 강시현과 결혼하지 못했지만 강이혁과 결혼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양민하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리를 굴리더니 이윽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유지민 앞에 걸어가서 유지민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 “지민아, 시현한테 화내지 마. 시현이는 항상 너를 걱정했어. 그런데 네가 이혁이랑 와서 장난을 치니 기분이 상한 거야.” 양민하는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하면서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유지민은 그 고통에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더 이상 이런 수단에 당하고 싶지 않았다. 유지민은 참지 않고 바로 양민하의 손을 뿌리쳤다. 이윽고 양민하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양민하가 넘어지면서 꽃병을 건드린 바람에 꽃병이 깨지면서 양민하의 손에 박혔다. 강시현은 정신을 차리고 피가 흐르는 양민하의 손을 보더니 얼른 달려와 양민하의 손을 잡았다. “손 괜찮아?” 양민하는 창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시현아. 지민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강시현은 유지민을 보고 참지 않고 얘기했다. “유지민, 이제는 막 나가겠다는 거야? 이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곳에서 민하를 밀어 쓰러트리다니. 얼른 시현이한테 사과해!” 유지민은 눈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더니 입술을 달싹이고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언제부터인지, 강시현을 좋아했었던 일은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강인혁은 유지민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양민하 씨가 연기를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네요. 제가 투자라도 해드릴...” 강인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유지민이 일어나서 양민하를 향해 걸어갔다. 차가운 분위기의 유지민을 보면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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