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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머리 위 조명이 비추자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높은 콧날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다. 유지민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분위기 망쳐서.”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깨질 줄 알았다면 오지 말 걸 그랬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인혁이 고개를 숙였다. “지민아, 이현은 내가 부른 게 아니야.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유지민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성이 마비된 것 같았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강인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그녀에게 해명하는 건가?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더 이상 강인혁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눈빛까지 너무 매혹적이었다.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지만 유지민은 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둘은 협력 관계일 뿐이고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유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해명할 필요 없어요.” 그 말에 강인혁의 눈빛이 굳어졌고 눈에는 슬픔이 스쳤다. 그는 조용히 비웃으며 더 이상 파티에 있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를 학교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어진 유지민은 흔쾌히 승낙했다. 강인혁은 차를 몰고 파키슨 대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그제야 유지민은 정신을 차리고는 놀란 듯 말했다. “제 학교는 어떻게 아셨어요?” 강인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정말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린 동문이야. 앞으로 집에 갈 때 같이 가면 되겠네.” 유지민은 눈치 없이 말했다. “당신 집이 우리 집이랑 가까워요?” 강인혁은 말문이 막혔다. 가깝다고? 정반대 방향인데. 하지만 그녀를 데려다줄 수만 있다면 같은 방향이었다. “어.” 강인혁은 가볍게 대답했다. 유지민은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와 친구가 되는 것도 괜찮겠어. 지금까지 그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유지민은 망설임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강인혁이 떠나는 것을 보고 유지민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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