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유경진은 말수가 적고 언제나 아내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만족한 기색을 보이자 그 역시 더는 따지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지민이의 안목이 괜찮네,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골랐으니.”
유지민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저녁 식사 동안 강인혁은 한층 더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유지민의 그릇에는 고기가 끊이지 않았고 그는 살뜰하게 반찬을 집어 주었으며 뼈를 뱉으면 티슈로 받아 주었다. 심지어 물도 미지근한 온도로 바꿔 그녀 곁에 놓아두었다.
순간, 유지민조차 혼란스러웠다. 이토록 다정한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문득 자신이 깊이 사랑받고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식사 후, 박지연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따로 마련해 주었다.
강인혁은 유경진과 술을 꽤 마셨고 지금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칠어진 손가락 끝이 유지민의 손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손가락을 하나하나 벌려 그녀의 손을 포개고 깍지를 꼈다.
술기운이 더해지자 그의 분위기는 더욱 서늘해졌다. 마치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깊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
특히나 그녀를 바라보는 그 검고 맑은 눈동자가 제법 위험해 보였다. 집요하게 응시하는 시선에 유지민은 차마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볼이 점점 붉어지는 모습을 보고 강인혁은 더욱 짓궂게 웃으며 흥미롭게 그녀의 표정을 감상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살짝 쥐었다.
“입술을 그렇게 꼭 깨물고 있으면... 키스해 달란 뜻인가?”
그 한마디에 유지민의 귀가 순간 울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바라봤고 은밀히 신호를 보냈다. 이제 연기는 충분하니 떠나도 된다고.
하지만 강인혁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
유지민이 놀라 입을 벌리는 순간, 강인혁은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유지민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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