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어느덧 저녁이 되자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유지민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벌써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박지연이 보였다.
도우미는 부엌에서 요리하고 박지연은 거울 앞에서 계속 옷을 입어보고 있었다.
돌아온 유지민을 보자마자 박지연의 눈빛이 밝아지며 바로 말을 건넸다.
“지민아, 이리 와서 엄마 대신 어떤 옷이 더 잘 어울리는지 봐줘.”
유지민은 다가가서 무심코 옷장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그냥 데려와서 인사만 하는 건데 그렇게 격식 차릴 것 없어요.”
하지만 박지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세운에 돌아온 유지민이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도 한밤중에 남몰래 눈물 흘리는 모습을 여러 번 봤었다.
국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면 딸이 그토록 쉽게 해외로 오진 않았을 거라는 걸 박지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유지민은 줄곧 어딜 가든 강시현의 뒤만 따라다니며 졸업 후 망설임 없이 입사한 강하 그룹에서도 벌써 몇 년을 보냈다.
“그건 안 되지. 지민아, 너희 둘만 좋다면 엄마는 일찌감치 결혼했으면 좋겠어.”
유지민은 코끝을 만지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모든 준비는 끝났다. 박지연이 결혼을 재촉하면 ‘가짜 혼인 신고서’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곧 초인종이 울리고 도우미가 얼른 문을 열자 손에 무거운 선물을 들고 있는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유지민과 박지연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향했다. 강인혁이 반듯한 정장 차림에 우아하고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훤칠한 체격을 자랑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박지연은 깜짝 놀라고 유지민도 차가운 공기를 훅 들이켰다.
‘아주 본격적으로 연기할 생각인가 보네.’
박지연이 유지민의 팔을 툭 건드려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지민아, 네 남자 친구야?”
유지민은 그제야 입꼬리를 살짝 움직이며 서둘러 강인혁 곁으로 다가갔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붉은 입술을 벙긋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는 그냥... 쇼윈도 부부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길 필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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