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유지민은 잠시 멍해졌지만 시선을 돌렸을 때 남자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기에 유지민은 그저 그 남자의 넓은 등만 봤다.
유지민은 이 남자가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얼굴이 잔뜩 굳어진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본 유지민은 빨간 입술을 움직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봐요, 본인에게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느끼하고 역겹고 쩨쩨한 것밖에 안 보이네요. 그리고 서른 살 넘은 남자가 월급 200만 원 받는 게 뭐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유지민이 싸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강하 그룹에서 일하면서 1년 동안 6천만 원 이상 벌었다.
순간 말문이 막힌 남자는 반박도 못 한 채 커피잔을 꽉 쥐며 이를 갈았다.
유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현금 몇 장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커피는 내가 살게요.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 말과 함께 유지민이 화끈하게 뒤로 돌아서자 남자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결국 돈 많은 남자를 찾고 싶은 거잖아? 너 같은 여자는 수도 없이 봤어! 젊을 때 반반한 얼굴만 믿고 호강하려고 하는 거 내가 모를까 봐?!”
그러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돈을 집어 들며 화를 냈다.
“어차피 성공 못 한 맞선인데 내가 왜 커피값까지 내야 해?”
집으로 돌아온 유지민은 너무 피곤해 소파에 털썩 누운 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때 과일을 들고 거실로 온 박지연은 소파에 축 늘어진 딸을 보며 놀란 듯 물었다.
“지민아,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나간 지 한 시간이 채 안 된 것 같은데? 맞선 상대와 얘기가 잘 안 됐어?”
그 말을 들은 유지민은 힘 빠진 얼굴로 자기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제발 나에게 선보라는 말 그만 해요. 더 이상 이상한 남자 만나고 싶지 않아요.”
박지연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유지민은 방금 맞선 때 있었던 일들을 모두 들려주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박지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들고 있던 과일 접시를 탁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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