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유지민이 자리에 앉자마자 맞은편의 남자는 휴대폰을 들어 사진과 대조하듯 화면을 확인한 뒤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유지민 씨, 나는 보정하지 않은 쌩얼 사진을 원했는데 중매인은 유지민 씨의 증명사진만 보내줬어요. 그런데 오늘은 화장을 해서 진짜 얼굴을 알 수가 없네요. 사진빨이면 어쩌죠?”
자리에 앉자마자 상대 남자가 폭탄 발언을 던질 줄 몰랐던 유지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를 그렇게까지 결혼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엄마는 정작 이 남자들이 배우자를 찾을 자격이 있는지는 고민을 안 한 건가...’
유지민은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고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했다.
“저 화장 안 했어요. 그냥 립스틱만 발랐을 뿐이에요.”
남자는 그녀를 훑어보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럴 리가 없죠. 여자들은 옅은 화장을 하는 것도 한 시간은 걸린다고 하던데. 유지민 씨, 저는 거짓말하는 여자를 싫어합니다.”
“저기요, 안과 한번 가 보셔야 할 것 같네요.”
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유지민 씨에 대해 대충 알아봤어요. 학력이나 경력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인성이 좀 부족하네요.”
잠시 말을 멈춘 남자는 다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근데 파킨스 대학에서 유학했지만 호적은 그쪽으로 안 옮겼나요? 나는 세운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유지민 씨도 세운에서 살아야 해요. 괜찮겠죠?”
남자는 한껏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세운에 있는 대기업에서 일해요. 월급이 200만 원이 넘어요. 하지만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기 전까지는 내 돈을 쓸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이런 황당한 남자가 다 있나?’
유지민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건 결혼이 아니라 마치 계약서 없이 종신 노예를 구하는 느낌이었다.
돈은 쓰기 싫고 여자는 무조건 본인 말을 들어야 하며 ‘현모양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니...
“지금 당장 혼인신고를 해서 유지민 씨가 도망가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매달 몇십만 원 정도의 용돈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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