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강인혁은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 유지민에게 도움이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보려 했다. 그래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간신히 점심시간이 되자 강인혁은 유지민이 예약한 레스토랑에 미리 도착해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모두 주문해 놓았다.
유지민은 조금 늦게 도착해 강인혁의 맞은편에 앉으며 냉담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늦었어요.”
이 말을 듣자 강인혁은 미소를 조금 거두며 말했다.
“지민아, 우리 사이에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 왜 나더러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았어?”
“점심시간엔 교통체증으로 택시가 더 빨라요.”
강인혁은 유지민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미리 준비한 꽃과 선물을 건넸다.
“지민아, 요즘 수고했어.”
강인혁이 건네온 물건을 보며 유지민은 메스꺼워 나며 두 손을 꽉 쥔 채 선물을 받지 않았다.
“고마워요. 그냥 편히 점심 먹는 것뿐인데 왜 선물을 준비했어요.”
그제야 강인혁은 유지민의 냉담한 태도를 무시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심호흡한 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다음엔 네가 좋아하는 걸 골라...”
하지만 강인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강인혁을 바라봤다.
“인혁 씨, 나에게 할 말이 없어요?’
분위기가 한순간 굳어졌고 강인혁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눈 밑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그는 잠시 멍해졌다.
‘요즘 우리 두 사람의 교류가 너무 적어 지민이가 불쾌해진 것일까? 아니면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런 걸가?’
강인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지민아, 요즘 너무 힘들었나 봐. 넌 적당히 휴식해야 해. 오늘은 점심을 맛있게 먹으면서 푹 쉬어. 응?”
이 말을 듣자 유지민의 마음속에 피어오른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렸다.
그녀는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가 스스로를 비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씩 올렸다.
‘인혁 씨는 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거네. 날 속여서 집에도 여자를 두고 밖에도 여자를 두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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