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이미 밤 11시가 되었다. 사진을 받은 시간으로 보면 강인혁은 아마 아직도 회사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유지민은 일어나 푸르지아 별장의 상업 구역으로 향했다. 주택지역에서 상업 구역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였다.
강인혁의 회사에 도착한 유지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잃었다.
강인혁은 확실히 사무실에 있었고 그 옆에는 방현지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얼굴이 빨갛게 된 채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인혁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방현지는 입술을 가리키며 웃었는데 그녀의 표정과 행동은 어쩐지 유지민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이 순간 유지민의 두 눈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그곳에 서서 두 다리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강인혁에게 품었던 희미한 기대는 이제 눈앞의 이 장면 때문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마음속에서는 계속 강인혁이 분명히 새로운 사람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지민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주변의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등을 곧게 폈다.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파나며 예전에 강시현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무참히 상처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강인혁에게 다가가 따져 묻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이미 어른이니 유지민은 추잡한 질문으로 자신을 난처해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강인혁은 비록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계약 관계를 깨뜨리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처음부터 가짜 결혼이 아니었던가?
이 관계는 아주 좋을 수도 있었지만 이유 없이 끝날 수도 있었다.
유지민은 허탈한 감정을 억누르며 몸을 돌려 조용히 떠났다.
영혼이 가출한 것처럼 덤덤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그녀는 밤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면 이젠 인혁 씨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품을 필요도 없겠네.’
다행인 건 그녀가 강인혁에 대한 마음은 단지 약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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