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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서윤아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유지민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걸고 도박할 수는 없었다. 입술을 달싹이며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떼려던 순간 밖에서 급히 걸어오는 하나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순간 유지민은 심장이 멎은 듯했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강인혁이었다. 정말 그였다. 강인혁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머리를 단정히 넘겨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더욱 부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급히 뛰어왔는지 그의 표정은 한층 더 서늘했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그대로 취조실로 들어섰다. 유지민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놀랐다. 그녀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강시현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돌아보려 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보기도 전에 강인혁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여기 있는 한 누가 감히 오늘 일을 터뜨릴 수 있는지 보자고요.” 강인혁의 말은 강시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조카에게 이런 식으로 위협을 받는다고?’ 양민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강인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그녀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양민하는 순간적으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서윤아는 세운에서 강인혁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기에 겁을 먹진 않고 급하게 온 그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유지민을 향해 장난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왕자님이 널 구하러 왔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머릿속이 하얘지고 온몸이 굳어버린 유지민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세운에 있는 거 아니었나? 세운에서 인천까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지?’ 하지만 강인혁은 정말로 해냈고 지금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강인혁도 유지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강시현은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뿜어냈다. 그는 몸을 돌려 서늘한 시선으로 강인혁을 노려보았다. 두 남자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서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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