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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미안해요. 내가 방해했나요? 너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백지은의 창백한 얼굴이 붉으스름해졌고, 이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이제부터는 좀 아플 거예요. 꾹 참아요.” 진태현이 검은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진태현은 다시 백지은의 발목을 빨기 시작했다. 빨아낸 피가 붉은 색으로 변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매번 빨아들일 때마다 백지은은 야릇한 신음을 내뱉었다. 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야외에서 사랑을 나누는 한 쌍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번을 빨아낸 후, 진태현이 다시 피를 뱉자, 짙은 붉은 색의 피가 나왔다. 진태현은 그제서야 백지은의 다리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일단은 괜찮아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난 건 아니에요. 독을 빨아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뭐라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태현 씨, 갑자기 머리가 좀 어지럽고 숨쉬기도 힘들어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백지은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풀려 땅에 주저앉았고, 두 눈은 붉게 변해 있었다. “그건 몸 안에 남아있는 뱀독 때문이에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진태현은 입가의 피를 닦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 코코넛 나무가 있는지 찾기 위해서였다. 방금 뱀독이 섞인 피를 빨아내다 보니, 잘못 삼키면 자신도 중독될 수 있었다. 서둘러 코코넛 워터로 입을 헹궈야 했다. 근처에는 코코넛 나무가 없었지만, 캠프에는 두 개의 코코넛이 있었다. 몇 초 만에 진태현은 결정을 내렸다. “일단 우리 캠프로 데리고 갈게요.” 진태현은 백지은 앞으로 가서 쪼그려 앉아 그녀를 업었다. 그러고는 백지은을 업고 캠프를 향해 걸어갔다. 캠프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고하늬와 마주쳤다. “막 캠프를 다 청소하고 나무를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왜 돌아왔어요? 벌써 물을 찾은 건가요?” “이분은... 백지은 씨? 지은 씨 무슨일 있어요?” 고하늬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진태현은 말없이 코코넛 하나를 주워 돌로 쪼개더니 코코넛 워터를 입에 가득 물고 열심히 헹구었다. 코코넛 하나에서 나온 코코넛 워터를 다 사용하고 나서야 입안에서 피냄새가 사라졌다. “지은 씨는 저를 구하려다 독사에게 물렸어요. 데려와서 치료해드려야 겠어요.” 진태현은 백지은을 내려놓고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백지은의 입술은 핏기를 잃어갔고, 호흡은 빨라졌으며 얼굴은 검푸르스름했다. 이는 백지은의 몸 안에 독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대로 가면 안 돼. 지은 씨가 죽을 지도 몰라.’ “독이 굉장히 심한 것 같아요. 얼굴에 핏기가 거의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고하늬는 백지은의 코 밑에 손을 대어 그녀의 숨결을 확인하고 나서 진태현에게 말했다. 그러자 진태현이 잠시 고민하고 나서 대답했다. “저는 나가서 뱀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를 찾아볼게요. 하늬 씨, 여기서 지은 씨를 돌볼 수 있겠어요?” “다녀오세요. 제가 지은 씨를 돌볼게요.” 고하늬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진태현은 고하늬의 확고한 태도에 약간 놀랐다. 그녀가 이렇게 쉽게 수긍할 줄은 몰랐다. 고하늬는 진태현의 시선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 여기서 살아가려면 이제부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해요. 공동체라면 서로 신뢰하고 도와야 하잖아요.” 고하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백지은 씨는 태현 씨를 구하려다가 다쳤잖아요. 지은 씨가 이대로 잘못되면 태현 씨가 더 힘들거잖아요? 태현 씨가 힘들어하면 누가 물을 구해오겠어요? 걱정 하지말고 다녀오세요. 여기서 제가 맡을게요.” 진태현은 고하늬의 말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늬 씨 말이 맞아요! 우리는 공동체에요! 다녀오겠습니다.” 진태현은 서둘러 동굴을 나와 숲으로 들어가 약초를 찾기 시작했다. 독사가 있는 곳에는 그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약초가 있다고들 하지만, 진태현은 한참 동안 찾아도 약초를 발견하지 못했다. 진태현이 점점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할 때, 갑자기 앞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사람은 걸으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태현은 큰 나무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여행 크리에이터 이설아였다. 이설아가 뭔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진태현은 이설아가 계속 ‘물’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는 것을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진태현은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이설아가 물을 찾았나? 이설아를 따라가면 물을 찾을 수 있을까?’ 이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태현은 잠시 망설였다. 머릿속에는 백지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 섬의 독사가 변이된 게 아니라면... 살무사의 독성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으니까, 백지은에게 당장 큰일 나지는 않을 거야.’ 진태현은 이 생각이 들자 이설아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설아를 따라 숲을 지나고, 작은 산을 넘어 그 뒤로 돌아가자 이설아가 멈추는 것을 보았다. “찾았다! 맞았어! 여기가 맞아.” 이설아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태현은 멀리서 이설아의 소리를 따라가 보니, 작은 폭포가 보였다. 그 폭포는 매우 작았지만, 그 아래에는 약 2m 정도의 넓은 틈이 있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그 틈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역시! 이설아는 담수자원을 찾았던 거였어!’ 진태현은 이설아가 이미 물을 발견했지만, 마시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폭포와 이설아가 서 있는 땅 사이에 큰 틈이 있었고 두 팔을 뻗은 길이가 적어도 2m는 되어야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이설아가 여전히 폭포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진태현은 앞으로 나갔다. “이사라의 불륜 사실을 밝혔을 때, 내가 정정당당하게 굴어야 한다고 했었죠? 그래서 설아 씨는 정말 제가 우러러볼 수있는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이설아 씨 맞죠? 설아 씨는 이미 이곳을 발견했지만, 모두에게 알리지 않고 사람들이 밤새도록 목말라하는 것을 지켜만 본거죠?” 진태현은 비웃으며 이설아 옆으로 다가갔다. 이설아는 갑자기 들려온 진태현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틈새 가장자리에는 오랜 세월 동안 폭포의 물에 젖어 이끼가 자라 미끄러워져 있었다. 이설아는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며 ‘쾅’ 소리를 내며 틈새 아래로 떨어졌다. 소리를 들어보니, 이 틈새는 약 2m 정도의 깊이였다. 진태현은 그 틈을 바라보며 순간 당황했다. 그는 단지 이설아와 몇 마디 하려고 했을 뿐었다. 그러니 이설아가 이렇게 떨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해가 지면 곧 어두워질 텐데... 이설아를 여기 두고 혼자 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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