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진태현은 어렴풋이 눈을 뜨고 물속에 비쳐 들어온 빛 한 줄기를 보았다.
“출구를 찾았어요!”
진태현은 흥분해서 외쳤다. 아드레날린이 급상승하면서 갑자기 힘이 솟구쳐 미친 듯이 앞으로 헤엄쳤고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쉬기 위해 애썼다.
마침내, 모든 체력이 고갈됨과 동시에 지면에 닿았다. 곧이어 뒤에서 이설아가 허우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태현은 뒤돌아 눈을 감은 채 창백한 얼굴로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이설아를 발견했다.
이설아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진태현은 재빨리 돌아가 이설아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다.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진태현은 이설아의 코밑에 손을 대어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뭐야? 죽은 거야?’
진태현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이설아의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그녀의 뽀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손을 그녀의 가슴에 올려놓았고, 심장박동이 멈춘 것을 확인했다.
‘심장이 안 뛰고 있어!’
진태현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설아의 모든 옷을 벗겨내고, 두 손을 겹쳐 그녀의 가슴에 올려놓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30번을 누를 때마다 태현은 그녀에게 인공 호흡을 시도했다.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이설아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전혀 호흡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이설아 씨, 정신 차려요! 빨리 일어나요! 이렇게 죽으면 안 돼요! 일어나면 내가 제가 설아 씨의 소원을 이루어줄게요. 죽기 전에 진정한 여자가 되고 싶다면서요! 제가 그 소원 들어줄게요! 이설아 씨!”
진태현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그녀의 뺨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무슨 말이 이설아의 무의식을 건드린 것인지, 갑자기 그녀가 두어 번 기침하더니 고개를 돌려 콜록대며 물을 뱉어냈다. 이어서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무릎을 꿇고 배 속에 있던 물을 모두 토해냈다.
한참 후, 이설아는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듯 땅에 앉아 큰 숨을 쉬며 공기를 들이마셨다.
진태현은 이설아의 얼굴색이 점차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진태현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제가 빨리 설아 씨를 물에서 육지로 끌어 올리지 않았다면 설아 씨는 오늘 운명을 다했을 거예요! 은혜를 갚을 생각은 하지 않아도 돼요. 섬에 도착했을 때 설아 씨도 저를 구해줬잖아요. 이제 저도 설아 씨를 구했으니 우린 서로 빚진 게 없는 거예요.”
태현은 이설아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며 농담을 던졌다.
“왜 그래요? 이설아 씨? 왜 말이 없어요? 물을 먹고 바보가 된 거 아니죠?”
몇 초 후, 이설아가 갑자기 태현에게 달려들더니 두 팔로 진태현을 꽉 끌어안았다.
진태현은 깜짝 놀랐다. 그는 비록 종종 음흉한 생각을 하는 혈기 왕성한 남자였지만 죽다 살아난 여자를 상대로 기회를 노릴 정도로 질이 나쁜 남자는 아니었다.
진태현은 급히 이설아를 밀어내며 어색하게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그러자 이설아가 갑자기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진태현 씨,저는 제가 이렇게 죽을 거라고 절망했어요. 그런데...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게 너무 벅차네요!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인사하고 있었는데, 태현 씨가 계속 애타게 제 이름을 불러줘서 돌아왔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