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진태현은 물웅덩이 쪽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해진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보긴 어디를 봐요? 또 화제 전환하려는 거예요?”
“정신 차리고 물웅덩이를 보라고요!”
“물웅덩이는 왜요? 왜 갑자기 그렇게 호들갑이에요?”
진태현은 한숨을 쉬며 이설아를 한 번 바라보고 물 표면을 가리켰다.
“전에 여기 물웅덩이가 하나밖에 없어서 물이 맑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물표면을 보세요! 웅덩이속의 물이 흐르고 있잖아요!”
“흐르는 게 어때서요? 대체 왜 그렇게 신났어요?”
이설아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궁금해했다.
진태현은 더욱 답답해졌다.
‘고하늬였다면 벌써 이해했을 텐데...’
진태현이 물 표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이 흐른다는 건 이 물웅덩이가 지하로 연결된 하천이라는 증거예요. 여기서 다른 곳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아서 나갈 기회가 생긴 거예요!”
진태현의 말을 들은 이설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 말은 여기서 헤엄쳐 나갈 수 있다는 거죠?”
“맞아요! 설마 수영 못하는 거 아니죠?”
진태현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이설아를 쳐다봤다.
“말도 안 돼요. 이래 봬도 유명한 여행 크리에이터잖아요. 예전에 한참 스쿠버 다이빙에 꽂혀 산적도 있었고, 태안국 바다에서 수영도 했었다고요...”
이설아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진태현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손을 흔들었다.
“알겠어요. 자랑은 그만하시고! 같이 여기서 헤엄쳐 나갈 용기가 있느냐고 묻는 거였어요.”
“그게...”
계속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울던 이설아가 망설이기 시작했다.
“왜요? 이제 나가고 싶지 않아요?”
“아니에요. 진태현 씨, 그냥 이 지하 하천이 우리를 밖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지 걱정돼서 그래요. 여기서 헤엄쳐 나가면 정말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설아와 진태현이 걱정하는 부분은 완벽하게 일치했다.
진태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100% 확실한 건 아니죠. 지하 하천의 경로는 매우 복잡해요. 이 하천이 어디로 흐르는지도 모르는 일이죠. 우리가 운 좋게 출구를 찾을 수도 있고, 끝내 못 찾아 힘이 빠져 죽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시도해 볼래요. 여기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설아 씨, 어떡할래요?”
이설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오랫동안 망설였다. 마침내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 씨가 용기를 낸다면 저도 따를게요. 탈출하려다 죽는 게 여기서 기다리다 죽는 것보다 나아요. 더 고민할 것도 없어요. 바로 이곳에서 탈출해요!”
이 말에 진태현은 이설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진태현은 그녀를 우러러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탈출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에요. 공복에 힘없이 수영하다가 물속에서 경련 일으키면 큰일이에요. 먼저 허기를 달랩시다.”
진태현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손을 물웅덩이에 집어넣고 소라를 찾기 시작했다.
낮에는 햇빛이 스며들어 소라를 찾기가 밤보다 쉬웠고, 물속에는 꽤 많은 소라가 있었다.
진태현은 큰 어려움 없이 소라를 한 움큼 집어 불에 던졌다. 그러고는 이설아에게 소라를 불 속에 묻어 잔불의 온도로 익히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큰 돌을 몇 개 뒤집어 그 위에 붙은 이끼를 모아 물에 씻어낸 후 나뭇잎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간단한 아침 식사가 완성되었다.
두 사람은 불 앞에 앉아 모아놓은 이끼를 다 먹었다. 이설아도 투정 부리지 않고 이끼를 입안에 우걱우걱 밀어 넣었다.
이끼를 다 먹었을 때쯤, 구운 소라도 거의 다 익어갔다. 두 사람은 배불리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몸을 조금 풀고 나서 진태현은 물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는 물에 들어가기 전에 겉옷을 벗어 라이터를 안전하게 감쌌다. 바지를 벗고 나니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었다.
이 모습을 본 이설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설아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진태현 씨, 뭐 하는 거예요? 죽기 전에 한 번 제대로 타락하겠다는 거예요? 태현 씨가 정말 원한다면... 좋아요! 받아줄게요!”
이설아는 부끄러워하며 겉옷을 벗었다. 진태현은 그녀의 황당한 발상에 또 한 번 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아 씨가 받아주고 말고 할 것 없어요. 제가 싫거든요. 옷을 벗는 건 탈출하기 위해서예요. 물속에서 옷을 많이 입고 있으면 익사할 위험이 커지거든요. 나뿐만 아니라 설아 씨도 옷을 벗어야 해요. 최대한 벗을 수 있을 만큼 벗어요.”
이설아는 자기 옷을 한 번 쳐다보며 망설였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탈출에 성공한다면 얼어 죽을 수도 있잖아요!”
“설아 씨, 생각 좀 하고 말해요. 탈출에 성공한다면 다시 와서 가져가면 되잖아요.”
이 말을 들은 이설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기고 모든 옷을 벗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이설아는 추위를 타기 시작했다.
진태현은 그녀를 힐끗 보며 음흉한 미소를 숨겼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벗으니 꽤 매력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네?’
진태현은 음흉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했다.
“전부 벗을 필요는 없어요. 반팔 티셔츠 하나 정도는 입어둬요. 나중에 사람들 만났을 때,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거든요.”
두 사람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된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진태현은 이설아와 함께 물웅덩이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탈출은 매우 위험했다. 만약 출구를 제때 찾지 못하면 두 사람은 물속에서 조용히 죽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출발 전, 두 사람은 긴긴 침묵에 빠졌다.
진태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먼저 물웅덩이에 뛰어들었다. 물속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는 추위에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진태현은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일정 거리를 헤엄치자, 수중통로를 찾았다. 다행히 이 통로는 완전히 밀폐되지 않았고, 대기와 맞닿아 있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진태현은 뒤따라오는 이설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힘껏 앞으로 치고 나아갔다. 가끔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며 나아갔다.
얼마나 헤엄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태현은 체온이 점점 떨어지고 힘이 서서히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그는 손발이 점점 무거워졌고, 한 번 움직이는 데 엄청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진태현은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갔지만, 앞은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출구가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출구를 보아야만 생존의 희망이 있었다.
“태현 씨,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무리인 것 같아요.”
그 순간, 뒤에서 이설아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조금만 더 버텨요. 거의 다 왔어요.”
진태현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도 체력이 소진되어 가는 상태였다. 그는 점점 더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고, 위로 올라가서 호흡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다.
그리고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다.
‘정말 여기서 죽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