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왜? 마음 아파?” 부지헌은 천천히 두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봣다.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이참, 너! 얼른 먹어! 먹는 걸로 입을 막아버려야지 뭔.” 여상아는 그의 입에 과일을 잔뜩 욱여넣어주며 그의 손에서 머리카락을 빼냈다. 부지헌은 웃음을 흘리다 그제야 말을 멈추고는 조용히 과일을 먹었다. “돌아온 지가 언젠데 아직 우리랑 한 번을 만나지 않았잖아. 일은 아주 잠깐의 것이야. 다른 걸 상대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 누구씨는 행적이 하도 묘연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니 별의별 추측이 다 나오는 것 아니겠어.” 부지헌은 담담하게 웃었지만 두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여상아는 눈빛이 조금 멈칫했지만 이내 곧바로 회복했다. 술잔을 든 그녀는 천천히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됐어, 그만 생각할래! 민환 형이 안 오는 건 그렇다 쳐도 민우명은 왜 안 오는 거야? 다들 뭐하러 갔길래 전화도 안 받는 거야? 다시 전화해 봐야겟어. 유지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휴대폰을 꺼내 민우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우명이 도착했을 땐 다들 잔뜩 취해 있었다. 연달아 며칠을 고생한 민우명은 척 보기에도 피곤해 보였다. 후래자삼배로 세잔을 연달아마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로 바람을 쐬로 나갔는데 부지헌도 그곳에 있었다. “왜 너도 돌아온 거야? 흑기사 씨?” 민우명은 웃는듯마는 듯 그를 쳐다봤다. 부지헌은 느긋하게 난간에 몸을 기댔다.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낸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연기를 후 내뱉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냉담한 목소리가 옅은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나는 오면 안 돼?” 민우명은 환하게 웃었다. “당연히 아니지. 그냥 소문에는 누구의 호위를 위해 돌아왔다고 하길래. 다들 친구잖아, 너무 깊게 빠지진 마. 너도 알겠지만 걘 민환이에게 일편단심이잖아.” 민우명의 말이 끝나자 부지헌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다 냉랭하게 말했다. “왜 내가 못 얻을 거라고 확신해?” 민우명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