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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지진욱 씨가 이미 결과를 알려줬어요. 결과가 만족스럽기도 하고요.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워요, 주민환 씨.” 그녀는 잔을 들어 다시 한 번 잔을 들었다. 주민환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옅은 미소를 바라봤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음울함이 느껴져 잔을 들어 그녀와 잔을 부딪혔다. 말을 건네는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낮고 섹시했다. “우리 둘 사이엔 앞으로 더는 그 두 글자를 말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당신과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남편의 역할에 충실할 거예요. 당신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 할 것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다 할 거예요. 지연아….” 주민환은 그 말을 몹시 정중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특히 마지막 그 이름을 들은 정지연은 심장이 순간 움찔했다. 반짝이는 두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본 정지연의 두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자신을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양연수 외에 그렇게 친밀한 듯 들리는 이름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들려오자 그녀는 확실히 조금 적응이 되지 않았다. 특히 상대가 저렇게 진중하고 성숙한 남자라면 더더욱 그랬다. “당신… 이렇게 할 필요 없어요. 제 일은 제가 해결할 수 잇어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제 신념이기도 하고요.” 정지연은 잠시 고민하다 그렇게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나 맞은 편에 앉은 남자의 그윽한 눈동자가 별아간 어두워지더니 두 눈 깊은 곳에서 거센 파도 같은 것이 일렁거렸다. 바람만 불면 순식간에 모든 걸 집어삼킬 듯했다. 그것을 본 정지연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남? 지금 저에게 우린 아직도 남이라고 하는 겁니까?” 그의 담담한 목소리에서는 인내가 느껴졌다. 부티나고 청량한 얼굴에는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드러나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정확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지연은 빠르게 시선을 피하며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좀 마셔요….” 하지만 주민환은 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무겁고 무심한 말투는 듣고 있으면 거대한 심연에 붙들린 기분이었다.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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