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당신 때문에 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면요?” 주민환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깊은 바다같이 고용한 그 검은 눈동자 안에는 수많은 별빛들이 잠들어 있는 듯했다. 정지연은 조금 넋이 나갓다. 이, 이게 뭐지? 그녀는 기억을 돌이켜봤지만 자신은 주민환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꿀만한 무언가를 한 기억이 없었다. 주민환인데 자신의 마음에 대한 통제력이 강한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맞은 편에 있는 여자가 자신에게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았다. 마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굴어야 했다. 마음을 인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최대의 존중이었다. 일이든 감정에 대해서는 그는 언제나 빠르게 판단을 한 뒤 단호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정지연은 그가 만났던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 가장 남다른 사람이었다. 분명 반짝반짝 빛이나는데 기꺼이 대학에 숨어서 묵묵히 연구를 하는 사람이었다. 당당하고 안정적인 성격에 똑똑하고 지혜로워 정말로 마음에 들었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그는 터놓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마음이나 관계에 대해 더 잘 정의할 수 있었다. “결혼은 도박이라고들 하잖아요. 전 제가 판을 휘어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을 대할 때면 마음이 조금 확실하지 않아요. 저도 걸고 싶어지더군요, 당신이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에요.” 그 말에 정지연의 두 눈에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로 쉽사리 감정에 흔들리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이런때에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한다는 뜻일 리도 없었다. 아마도 그저 마음에 들었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말을 입밖으로 내게 되니 오히려 조금 복잡해진 듯 했다. 두 사람은 현재 확실히 부부가 맞았다. 진심으로 그녀는 자신이 그와 잘 지내며 가정의 화목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렇게 안정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