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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강시후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직원들이 오늘 사고 치지 않았더라면 회사에 나올 일이 전혀 없었고 집에서 임유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어도 됐었다. “별일 없으면 가.” 수중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강시후는 아들이 아닌 직원을 대하는 것처럼 사무적인 말투로 명령했다. “아빠, 저 싫어하죠?” 강도하의 질문에 강시후는 단번에 이상함을 알아챘다. 이상한 건 그의 질문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말투였다. 강도하에게서 아빠라는 호칭을 들어본 지 수년이 지났다. 줄곧 싸늘하게 정색하기 일쑤였고 아빠라고 부를 바엔 차라리 죽는 걸 택할 정도로 질색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싫어하냐고 묻는 건 강도하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강도하가 아빠의 본성을 알고 있듯이 강시후도 아들의 성향에 대해 알고 있다. 강시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고 곧이어 고개를 돌려 병풍 쪽을 바라봤다. 사무실 바닥은 하얀 타일인 데다가 청소 아주머니가 광이 날 정도로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았기에 희미하게 그림자가 비쳤다. 또렷한 건 아니었지만 대충 형체를 알아볼 수 있다.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가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 그림자는 커피머신이 비친 게 아니라 명확하게 사람의 형태였다. 그의 시선을 알아채고 불길한 예감이 든 강도하는 곧이어 들려오는 강시후의 말에 계획이 들통났음을 확신했다. “도하야, 그동안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 건 나도 알아. 지금 미안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만 내 마음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니, 원망해도 돼.” “그만해요.” 강도하는 소름 끼치는 말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구석에 숨어 타이밍만 기다리던 임유나는 부자 사이가 누그러진 걸 보고 이때다 싶어 재빨리 나왔다. “시후야, 나왔어.” “임유나.” 강시후는 깜짝 놀라며 감동 어린 눈빛으로 강도하를 바라봤다. “서프라이즈 주려고 엄마랑 같이 온 거야?” 강도하는 가식적인 그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 답도 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렸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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