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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장

그녀는 누군가와 정오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진아연은 어제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밤을 지새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진은 나나와 손을 잡고 몰래 훼방을 놓고 있고 이대로 당하기만 하면 만만하다고 생각할 게 뻔한데 앞으로 더 악랄한 일을 벌일 수도 있으니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상과 관련된 일에서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반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박우진의 회사 근처 식당으로 향했고 그녀가 만날 사람은 다름 아닌 박우진이었다. 한때 진심으로 존경했던 남자였고 완벽한 그의 모습은 꿈속 왕자님에 대한 모든 환상을 만족시켜줬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을 뚫고 보니 평범한 남자보다도 못했다. 예쁜 겉모습 속에 포장된 영혼은 이미 소심, 나약, 이기심, 탐욕으로 물들어있었다. 물을 한 잔 마시자 박우진이 문을 밀치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연아, 왜 갑자기 나를 찾은 거야?" 박우진은 그녀의 맞은편에 서서 그녀의 배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이제 곧 낳을 때지?" "너 아이를 싫어하는 거 아니야?" 진아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난 삼촌과 달라!" 박우진은 급히 반박했다. "그러면 왜 심윤 아가씨를 죽였어? 박우진, 나 다 알고 왔어. 나나가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친자식을 죽이다니." 진아연은 그를 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 박우진이 돕지 않았다면 심윤이 어찌 그리 쉽게 눈을 잃게 될까? 심윤의 가족이 국내에서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지만 깊이 따지고 본다면 박우진과 엮일 게 뻔하다! "너..." 박우진은 순간 벙어리가 된 듯 버벅거리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탄로 날까 봐 말을 잇지 않았다. "긴장하지 마. 그냥 너에게 뭘 약속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도대체 무엇을 약속했는데 그런 미친 짓을 버린 거야." 진아연은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로 말을 이었지만, 말끝마다 사람의 마음을 후벼팠다. 이에 박우진은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 "난 그냥 심윤의 기를 누르고 싶을 뿐이지, 아이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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