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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장

"건드리지 마!" 한이가 나지막이 소리치며 모자를 다시 썼다. 이모님은 그의 소리에 놀라 멍해졌고 박시준과 박시은은 한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박시은은 그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겁을 먹었고 박시준은 처음으로 보는 한이의 이목구비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 "그럼 직접 닦을래?" 이모님은 수건을 비틀어 짜 그에게 건넸다. 한이는 수건을 받아 그대로 대야에 던져 버렸다. 이모님은 아이가 이토록 성질이 까다로운 것을 보고 곧 대야를 가지고 떠났다. "시은이랑 언제 만났고 왜 싸웠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오늘 밤 집에 갈 생각을 하지 마." 박시준은 정신을 차리고 그를 협박했다. 한이는 못 들은 척 문 쪽으로 걸어갔지만 문밖에는 경호원 두 명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아 나섰다. 한이는 고개를 들고 그들을 노려보았고 두 경호원은 그런 한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점점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 아이의 눈빛이 왜 이렇게... 무섭지? 그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다른 아이들은 사나워도 앳되게 사나웠는데 그는 진짜 무서웠다. 더욱이 그의 얼굴에는 박시준을 닮은 아우라가 있어 경호원들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한이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4시 50분이었다. 할머니가 학교에 5시 30분에 도착해서 자신이 없는 것을 발견하면 분명히 엄마에게 말할 것이고 엄마는 반드시 그를 찾으러 올 것이다. 그는 그저 엄마가 올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 됐다. 박시준은 문 앞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그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가 졌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이 아이에게 완전히 무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녀석에 대해 어떤 수단도 쓸 수 없었다. 털끝하나 건드렸다간 진아연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니 말이다. "시은아, 진지한과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박시준은 어쩔 수 없이 한이에게서 몸을 돌려 여동생에게 물었다. 박시은은 방금 이모님이 한이를 위해 껍질을 벗긴 바나나를 씹다가 오빠의 질문을 듣고 순간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 그녀는 한이에게 자신을 학교에서 데려가달라고 간청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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