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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장

"심하게 때린 건 아니잖아요. 나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있는 게 안 보여요?" 그녀는 그의 자책과 죄책감으로 가득 찬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병을 그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 "앞으론 다른 남자를 위해 나서지 마. 아이들 외에는 아무도 당신이 그렇게 할 가치는 없어." "알았어요." 그녀도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이크를 위해 주먹을 막을 때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수술을 받은 자신이 주먹을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을 끈 후 그녀는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들 수 없었다. 반면 박시준은 곧 잠이 들었다. 오늘 낮에 외삼촌 집에서 종일 카드 게임을 했다. 그때도 잠이 쏟아졌지만 억지로 참고 있었다. 외삼촌 쪽 사람들이 그에겐 모두 낯선 사람이기도 했고 그는 카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인들과 함께라면 어느 정도 놀 수는 있어도 낯선 사람들과 노는 건 지루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어두컴컴한 방안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오늘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멘탈이 강한 사람이었다. 특히 생로병사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자신의 병이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뇌출혈은 충격을 받아서 일어난 것이지 종양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뇌외과 수술을 받을 필요 없었다. 예전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던 건 시신경 압박으로 인한 것인데 제때 발견하지 못한 탓으로 시신경이 제때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는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봤다. 아무리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실명정도이겠지만 실명한다는 건 듣기엔 무시무시해도 사실 그렇게 무서운 일은 아니었다. 실명했다고 해도 각막이식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모든 일을 정리하고 나서 굳이 박시준에게 이 일을 알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말하면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하며 더 자책할 것이다. 다음날, 진아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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