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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장

위청재는 깊게 탄식하며 말했다. “휴게실에 있어. 지금쯤 아기 젖 먹이고 있을 거야.” 위청재의 대답을 들은 기모진은 재빨리 몸을 돌려 휴게실 쪽으로 쏜살같이 걸어갔다. 휴게실 중에 아기 새가 먹이를 먹는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기모진이 앞으로 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는 문을 두드리려다가 망설였다. 잠시 후에 그가 마침내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바로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세요? 들어오세요.” 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을 위청재로 잘못 알고 대답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만리는 이때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았고 등을 돌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듯했다. “어머니, 물티슈 좀 가져다주세요. 가방에 있어요.” 소만리는 방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눈치채지 못했고 오로지 냄새 나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기모진이 다가와 물티슈를 건네주었을 때 비로소 소만리는 반응을 보였다. 앞에 선 남자를 보자 온화하던 소만리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손에 든 물티슈를 바닥에 던지고 가방에서 직접 새로운 물티슈를 꺼내 닦아주었다. 그녀의 이런 격한 거부반응이 기모진을 더욱 안타깝고 괴롭게 했다. 소만리는 그를 외면하고 혼자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기모진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소만리.”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탄식하였고 슬픈 눈동자에는 짙은 애정과 미안함이 물들어 있었다. 소만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혼 합의서에 가능한 한 빨리 서명하세요. 아이는 모두 내가 맡을 것이고 난 그들에게 좋은 인성을 가진 아빠를 찾아줄 거예요. 나와 세 아이는 기모진이라는 사람과 더 이상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녀는 냉담하게 말하고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기모진은 더욱 팔을 세게 조였다. “소만리, 날 떠나지 마. 제발. 날 외면하지 마.” 그는 간절하게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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