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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장

기모진은 이 여인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사화정에게 소만리 전용 텀블러를 받은 후 기모진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강연이 아직도 아까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모진은 그녀의 존재를 무시한 채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강연은 마주 오는 기모진을 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그가 옆을 지나갈 때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투명 봉투를 들어 올렸다. “기 사장님 이게 뭔지 아시겠죠? 당신 아내가 요즘 먹고 있는 약이죠?” 기모진은 강연이라는 사람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바로 그 투명 봉투 안의 물건에 끌려가 있었다. 이 분홍색의 가늘고 긴 알약은 분명히 소만리가 방금 삼킨 약이다. 남사택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그들 팀이 새로 개발한 약으로 종양 억제에 매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임상 시험도 다 끝난 것이라 성분도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약은 매우 귀하고 비싸서 한 알에 몇 백만 원이나 되고 게다가 수량도 아주 적어서 아예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약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강연이 이 약을 가지고 있지? 기모진이 눈앞에서 강한 의혹을 품고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강연은 여유롭게 말했다. “기 사장님.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죠? 내가 어떻게 이 약을 들고 있지? 이유가 궁금하다면 내일 밤 이 시간에 이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만나요. 기다릴게요.” 강연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약봉지를 기모진에게 건넸다. “이 몇 알은 기 부인께 선물 드리는 것으로 해요. 하지만 절대 과하게 드시진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일부러 반쯤 말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기모진은 그 약 봉투를 잡으려 하지 않았으나 강연은 아예 약 봉투를 기모진의 손에 쑤셔 넣고 일부러 기모진의 손등을 문지르기도 했다. “내 전화번호부터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하시는 거 잊지 말구요. 내일 밤에 봐요.” 강연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떠났지만 기모진의 코끝에는 아직도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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