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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장

”잠을 잔 거면 많이 친한 셈인가?” 기묵비는 의미심장하게 반문했다. 언초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잤다고 해서 두 사람이 꼭 많이 친한 건 아니죠. 어차피 밤새 정을 나누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 “난 그녀와 하룻밤만 보낸 게 아니라 아주 많은 밤을 보냈거든.” 기묵비는 낮은 목소리로 언초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려 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그는 전화기를 흘끗 보고는 신사다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언초 양, 지금은 통화를 좀 해야겠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얘기하지.” “네, 언제든지요. “ 언초는 기묵비의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기묵비의 모습이 차츰차츰 사라졌다. 약혼식장 정원. 소만리는 벽을 짚은 채 헛구역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몸이 아픈 것인지 아니면 기모진이 다른 여인과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을 봐서 마음이 아픈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우리 딸을 죽인 남자를 위해 뭘 그렇게 그 사람 아이를 소중히 품고 있으려는 거야, 소만리. 너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기모진이 차갑게 물으며 뒤에서 불만스럽게 따라왔다. 소만리는 그제야 기모진이 이미 그녀 바로 뒤에 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주먹에 힘을 주며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과 상관없잖아요.” “정말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 어째서 내가 다른 여자와 약혼하는 장면조차도 견디지 못하는 거지?” “기 선생님 정말 재미있는 분이로군요. 이건 단지 그냥 평범한 입덧이에요. 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소만리는 차분하게 부인했다. “왜 기 선생님은 내가 항상 당신을 신경 쓴다고 생각해요?” “정말 당신이 날 신경 쓰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다면 돌아서서 나를 한 번 봐요.” “내가 왜 증오하는 찌질한 남자를 돌아봐야 하죠?” 소만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과 당신 약혼녀가 약혼식도 이미 마친 것 같으니 저와 기묵비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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