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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장

달리는 동안 소만리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억제하지 못한 채 그녀가 본 듯한 장면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 년 전, 그녀는 이 길을 걸었고, 조용히 기모진의 뒤를 따르며, 기쁨에 겨워 그가 걸어온 길을 걸어왔다. 그녀가 무심코 경도대학교의 정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햇살처럼 멋있고 옥처럼 온화한 청년과 정면으로 부딪혀 가슴이 뛰던 것도 그 해였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사과를 했고, 그러자 봄바람 같이 괜찮다는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 당시 미소를 머금은 부드러운 그의 눈빛이 머릿속에 매우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때 그 소년은 바로 기모진이었다. 소만리는 그것이 그녀의 지나간 기억이라고 확신했지만, 왜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생각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당황해하며 앞으로 달려갔지만, 귓가에 방금 들은 그 말들이 아직도 메아리쳤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차에 치여, 그 남자는 피투성이가 되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심장이 무언가에 단단히 억눌려 있는 것 같았고, 심장이 뛰기도 했지만, 굉장히 괴로웠다. 안개가 자욱한 비 오는 밤, 소만리는 마침내 앞 길목의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눈에 띄는 눈에 핏자국들이 그녀를 숨막히게 했고, 알코올이 그녀를 더욱 두근거리게 했다. 소만리는 갑자기 발걸음을 재촉하며 마음이 혼란스러워 눈앞의 모든 것을 무시하게 만들었고, 눈에 보이는 것은 교통사고 현장뿐이었다. 다급했던 사이, 소만리는 갑자기 단단한 가슴에 부딪히며 코끝에서 엷은 향기가 풍겨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황급히 사과하고 서둘러 떠나려 했지만, 눈 앞의 사람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소만리는 부딪힌 이 사람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이 눈동자에 비치고 있었다. "기모진?!"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축축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나야."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목을 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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