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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장

아들? 소만리는 멍하니 멈추었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소만영이 나를 속였어. 내가 그때 낳은 아이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어! 소만리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썹에 미소를 머금은 남자를 바라보며 눈동자 속에 한 가닥의 의문이 남았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깊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소만리의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고, 그녀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모씨의 집 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소만리의 다급한 모습을 보며 기모진은 미안한듯 눈을 내리깔았다. 소만영은 확실히 극악무도한 죄를 저질렀는데, 그는 언제 아닌 적이 있을까?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사화정은 기란군의 손을 잡고 모현과 함께 식당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하인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 사모님, 천리아가씨가 오셨어요!” 사화정과 모현은 귀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소만리를 보자 부부는 반가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천리!” 사화정이 절로 다정하게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 모현 역시 기대만큼 가까워진 소만리를 보며 기뻐했다. “만리, 마침 잘 왔어. 아빠와 엄마랑 함께 식사하자.” 소만리는 앞에 있는 부부를 바라보며 그들은 염두 해 두지 않은 듯 보였다.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갑자기 기란군의 작은 그림자가 사화정과 모현의 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엄마.” 기란군이 앳된 목소리로 소만리를 불렀다. 꼬마 녀석의 귀엽고 잘생긴 아이의 작은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소만리는 기란군을 차분히 바라보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천리, 너 왜 그래?” 소만리의 낯빛이 이상해지자, 사화정은 걱정스러운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천리, 너…….” “군군 말고, 다른 어린 친구들이 있나요?” 소만리는 조용히 물었지만,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기란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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