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장
소만리는 당시 소만영의 답변에서 그 답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기모진이 직접 확인 했다는 답변을 듣고는 황홀한 듯했다.
초겨울의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소만리에게 그 시절 남자의 잔혹함을 떠올리게 했다.
무자비하고 냉혈한 행동과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소만리는 반쯤 웃는 얼굴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소만리를 그렇게 미워했는데, 어떻게 무덤을 세울 수 있어요? 장미꽃으로 추모를 하는 거예요? 정말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어요.”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더더욱 이런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잿더미로 만든 것을 후회했는데 또 어찌 그녀가 떠나간 것을 기릴 수 있겠는가?
이를 들은 기모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부드러운 시선으로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왜냐하면 나 자신도 한때 내 스스로를 속였기 때문에.”
소만리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기기만?”
기모진은 입술 살짝 말아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속이고 떠난다는 건 사기극일 뿐이고, 스스로를 속이고.....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
말을 마치자, 소만리의 마음은 순식간에 심하게 갈기갈기 찢긴 듯, 그녀의 아름다운 입가에서 비꼬는 미소가 번졌다.
사랑이야기는 듣기 좋았지만, 그녀는 전혀 설렘이나 달달한 맛은 느낄 수 없었고, 어떤 것은 우스꽝스러운 위선일 뿐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몸을 돌려 너스레를 떨었다.
“소만리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일부러 나를 여기로 데려왔나요?”
이 말을 물을 때, 소만리의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당신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남자가 여자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녀가 슬퍼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당신이 소만리를 정말 조금이라도 사랑하고 아꼈다면, 그녀는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예요.”
소만리는 코트 소매에 숨겨져 있던 주먹을 살며시 움켜쥐고, 차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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