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장
기모진의 동공이 움찔했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우리가..."
그가 말을 하는 동안 천미랍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기모진의 얼굴에 괴로운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이 호감은 모두 소만리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소만리를 잃은 후에 그는 그녀 외의 여자와 어떠한 스킨십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천미랍에게 접근한 것은 사실 사심 때문이었다. 바로 소만리와 똑같은 얼굴을 보면서 구차함과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는 갑자기 자신이 쓰레기 같다고 느꼈다.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은 줄 알았는데, 결국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자 결과적으로 당황하고 심란해 하는 걸 보니..
"당신의 모습을 보니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요? 당신이 그렇게 치를 떨며 혐오하던 전처를 떠올리게 해서 징그럽고 더러워요?"
천미랍의 냉소적인 말에 그의 이성이 돌아왔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새벽빛 아래 수수하고 맑았다. 예전의 소만리의 그 얼굴 그대로였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맑은 사람에게 ‘더럽다’는 단어가 관련되어 있을리가?
비록 어젯밤 일들이 세세하게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어젯밤, 소만리와 관련된 따스하고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모진의 복잡한 눈빛을 보며 소만리는 조용히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쌀쌀맞게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기모진씨 다시는 절 찾아오지 마세요. 우리는 여기 까지니까."
그녀는 차갑게 말하고는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기모진은 그제서야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천미랍씨."
그는 그녀를 쫓아가,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나 소만리는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벗어나 앞을 향해 걷기만 했다. 어느 순간 발 밑에 무언가 밟힌 듯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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