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4장
예선은 눈앞에 나타난 영내문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우리 집 알았어요?”
“군연 오빠가 가르쳐 줬어요.”
영내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가 불편하다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에취!”
영내문은 말을 마치자마자 조심스럽게 재채기를 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예선은 아파트 문을 열었다.
“우선 좀 들어와 앉아 있어요. 나 씻고 나올게요.”
“그럼 실례 좀 할게요.”
영내문은 기다렸다는 듯 얼른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선은 몸을 돌려 재빨리 차를 끓인 뒤 영내문에게 건네주고 다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금방 나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요.”
“예선 언니, 천천히 하세요.”
영내문은 이해심 많은 척 아량을 베풀 듯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예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화장실에서 씻는 소리가 들리자 영내문의 얼굴에 가식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예선이 방금 끓여 준 홍차를 혐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는 유유히 몸을 일으켜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파트는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갖추고 있었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는 모습이 정갈하기 그지없었다.
편안한 스타일에 심플한 북유럽풍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었고 군데군데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소품들이 포인트를 잘 살려주었다.
영내문은 예선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역시 방주인의 취향과 솜씨가 여기저기 잘 묻어난 인테리어였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다고 해도 영내문의 눈에는 그저 그런 싸구려 아파트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싸구려 아파트에 틀어박힌 여자가 어떻게 십수 년 동안이나 사모해 온 자신의 남신과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흥.”
영내문은 혼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고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조심스레 마우스를 움직여 보았다.
노트북 화면이 켜지고 화면에는 예선이 하다 만 인테리어 디자인 시안이 떠 있었다.
영내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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