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4장
기모진은 얼굴을 찡그리는 고승겸을 보고 필시 그가 초췌하고 창백한 모습을 한 이유가 부상을 당한 탓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고승겸이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는 기모진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고승겸의 말을 듣자니 기모진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모진은 예전에 소만리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모진, 경연의 죽음도 고승겸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그는 소만리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났고 속으로 묵묵히 생각할 뿐 겉으로는 어떤 의심과 당혹감도 표출하지 않았다.
고승겸은 기모진이 아무 말도 없자 더욱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고승겸이 웃으며 되묻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기모진, 내가 당신한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강자풍과 당신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했다는 거야. 강어와 강연의 죽음이 당신들 때문이라고 강자풍이 믿게 만들었지. 그렇게 해서 강자풍은 갑자기 당신들에게 원한을 갖게 된 거고.”
“강자풍이 날 대신해 당신들한테 화풀이를 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녀석이 입으로는 당신들을 원망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당신들 딸을 공주님 대하듯 아끼잖아. 참 재미있게 돌아가.”
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끝맺으며 다시 기모진의 두 다리를 쳐다보았다.
“어때? 이 엄동설한에 두 다리를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으니 춥고 저리지? 조금 있으면 감각조차 없어질 거야. 그러면 이 세상에서 당신은 사라지게 되는 거지. 흥.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한 가지 더 알려주지...”
“모진.”
갑자기 어딘가에서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이 지하 감옥은 방음이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은 철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소만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기모진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얇은 입술 사이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
“소만리.”
고승겸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소만리가 왜 이때 이곳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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