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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3장

흑강당 옛 건물. 이따금 물 흐르는 소리가 어두컴컴한 공간들 사이를 흔들어 놓았다. ‘찌익'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철문이 살짝 열렸다. 열린 문 틈으로 한 줄기 빛이 공간을 가르며 들어왔다. “딸깍.” 누군가가 불을 켰다. 수조에 갇힌 기모진은 힘없이 눈을 들었고 거만한 승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고승겸을 올려다보았다. 기모진의 눈에 비친 고승겸은 예전의 고귀한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초췌한 도망자의 모습이 보였다. 고승겸은 수조에 갇힌 기모진을 내려다보았다. 수조 안에 들어 있는 물은 깊지 않아 기모진의 종아리 위를 조금 덮고 있었지만 수조 전체는 약 2미터 높이로 매우 크고 깊었다. 게다가 내부는 온통 타일로 덮여 있어서 날개가 있지 않는 한은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기모진이 꼼짝없이 갇혀 있는 모습을 보고 고승겸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기 선생의 체력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틀 밤낮을 견디다니.” 고승겸은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비아냥거렸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기모진에게 다가갔다. “내가 좀 더 당신을 절박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군. 음식을 조금도 주지 말아야 당신이 더 빨리 죽겠지.” 기모진은 검은 미간을 치켜뜨고 날카로운 눈으로 고승겸을 노려보았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고승겸, 가식 떨지 마. 당신이 원하는 건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날 괴롭히는 거잖아.” 기모진은 고승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고 고승겸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고승겸이 자신을 한방에 쓰러뜨리지 않는 한 기모진은 반드시 여기서 나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 동안 기모진이 겪지 않은 일이 무엇이 있는가. 생사를 두려워한 적이 있는가. 그의 마음속에 내려놓지 못하는 단 하나는 소만리의 존재였다.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기모진이 자신의 생각을 간파하자 고승겸은 잠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아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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