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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4장

고승겸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 남편 어디 있어? 모진은 지금 어디 있냐구?” 얼굴이 타들어가는 소만리를 보며 고승겸은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와 기모진 사이에는 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어. 이대로는 안 되지. 자신의 딸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무언가를 희생해야지, 안 그래?” 비열한 고승겸의 말에 소만리는 손을 번쩍 들어 고승겸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 “고승겸, 얼른 말해. 내 남편 지금 어디 있냐구!” 고승겸은 소만리의 추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소만리의 손을 뿌리치며 능글스레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기모진은 호흡도 있고 심장도 뛰고 있어.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야.”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라고? 소만리는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것 같았고 기모진이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걸 확신했다. “고승겸, 이 악랄한 인간!” 소만리의 눈은 경멸하는 빛으로 터져 버릴 듯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산비아의 군주가 되겠다는 망상을 하다니, 당신의 정체를 모두에게 폭로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소만리의 말에 고승겸의 얼굴에 맴돌던 비열한 미소가 일순 사라졌다. 자신이 계획했던 원대한 꿈은 소만리와 남연풍의 연합으로 무참히 망가져 버렸다. 그는 지금 다시 그때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끓어올랐다. 분노에 휩싸인 고승겸은 소만리의 손을 확 잡아당겼다. “소만리, 나더러 당신 뺨이라도 때려 달라는 말이야? 제발 날 자극하지 마!” 소만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미리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 설마 내가 순진하게 당신이 날 봐 줄 거라고 생각하는 줄 알아?” “소만리...” “그 손 놔요!” 강자풍이 기세 좋게 앞으로 나와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있던 고승겸의 손을 밀쳤다. 강자풍은 앞으로 나와서 소만리를 자신의 뒤로 오게 하고는 고승겸에게 맞섰다. “고승겸, 남자라면 여자는 괴롭히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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