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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장

호정은 소만리가 하는 말을 듣고 눈을 내리깔아 소만리가 화면에서 가리키고 있는 내용을 보았다. 그제야 호정은 소만리가 이미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정의 얼굴빛이 삽시간에 변했고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매우 난처한 듯 어쩔 줄을 몰랐다. 소만리는 그런 호정의 모습을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모진이 너한테 경고했었지? 내 작업실에서 어서 나가라고. 거기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지?” 호정은 이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반항했다. “내가 뭘 건드렸다고 그래요? 나한테 누명 씌우려 하지 마세요.” “내가 널 억지로 누명을 씌운 건 없을 텐데.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안 그래? 내 작업실 CCTV에 잘 찍혀 있어. 어때? 두 눈으로 한 번 확인해 볼래?” “...” 소만리가 CCTV를 언급하자 호정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머뭇거렸다. 호정은 잔잔한 호수같이 차분한 소만리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이 반박할 근거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자 호정은 태세를 전환하여 아예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소만리, 당신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날 그렇게 떠보는 거예요? 당신 곁에서 일을 배워도 좋다고 허락한 것도 날 이렇게 우습게 만들 심산으로 그랬던 거죠! 그렇죠?” “내 곁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한 이유가 이런 우스운 꼴을 보고 싶었기 때문 아니야?” 소만리가 놀라지도 않고 엷은 미소로 띠며 되물었다. “다만 일어난 일들의 결과가 널 실망시켰을 뿐이잖아.” “당신...” “너, 어떻게 그렇게 순진할 수가 있어?” “...” 소만리가 자신을 두고 순진하다고 하자 호정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소란을 피우지 않고 잠자코 소만리의 설명을 들었다. “이 데이터는 네가 조작하고 싶다고 해서 조작되는 게 아니야.”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 “내가 데이터를 잘못 기억해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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